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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10번째 거부권’ 딜레마

Posted May. 04, 2024 09:03,   

Updated May. 04, 202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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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은 대통령의 직무유기”라며 사실상 거부권 행사 방침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3일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는 말을 꺼내 들며 특검법 수용을 압박하고 나섰다.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처음 열린 尹-李 회담으로 협치의 물꼬를 모색하던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거부권 행사 여부를 놓고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이다.

3일 대통령실과 여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여야 합의도 안 한 이 법안을 받는 것은 대통령의 직무유기이자,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며 거부권 행사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 중인 만큼 특검을 도입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게 대통령실의 입장이다. 홍철호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채 상병 특검법은 두 단계가 지금 빠져 있다”며 “공수처가 수사 중인 사건인데 그걸 뛰어넘는 문제가 하나 있고, 여야 합의가 안 됐다는 문제가 있어 이태원 참사 특별법과 대별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칫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며 “특히 법조인 출신 대통령인데 그 부분을 가볍게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수년간 현직 대통령부터 여당이 끊임없이 해 왔던 말(이)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라며 “범인이 아닐 테니까 거부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선출된 박찬대 신임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22대 국회) 개원 즉시 재추진하겠다”며 “(윤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법)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이번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에 대한 정면 반박”이라고 말했다.

국회를 통과한 법안이 정부로 이송된 후 15일 이내에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만큼 윤 대통령은 약 2주간 고심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완강한 입장을 드러냈지만, 실제 거부권 행사까지는 고민해야 하는 대목이 많은 상황이다. 특히 윤 대통령 취임 후 거부권을 행사한 법률이 이미 9건에 이르는 점도 변수다. 여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4·10총선 참패 원인으로 꼽히는 불통·오만 이미지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채 상병 특검법에 찬성하는 여론이 높은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거부권 행사 뒤 국회 재표결 과정에서 여당의 이탈표가 현실화할 경우 윤 대통령의 여당 장악력이 떨어지면서 국정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