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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라면은 ‘산업의 최첨단’… 반도체처럼 세계 최강이죠”

“K라면은 ‘산업의 최첨단’… 반도체처럼 세계 최강이죠”

Posted June. 16, 2026 08:30,   

Updated June. 16, 2026 08:30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음식 같지만, 라면은 엄청난 과학과 기술이 쌓인 ‘산업의 최첨단’입니다. 한국 반도체가 세계 최강이듯, 한국 라면도 세계 최강이거든요.”

한국인은 물론이고 세계인이 즐기는 라면. ‘라면 평론가’로 불리는 지영준 씨(37)가 다시 한 번 라면 관련 책을 펴냈다. 지난달 29일 ‘라면의 과학’(깊은나무)을 출간한 그는 8일 동아일보 전화 인터뷰에서 “봉지 하나에 담긴 분말수프와 건더기, 면은 오랜 연구가 응축된 결과물”이라며 “맛과 가성비를 위해 자동화와 효율화가 극단까지 이뤄진 과학의 산물이 라면”이라고 했다.

지 씨의 라면 사랑은 군대 때부터 시작됐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네 번 치른 뒤 입대한 그는 매점에서 라면을 하나씩 맛보며 위안을 얻었다고. 그 경험을 나누려 2013년 ‘라면 정복자 피키’란 이름으로 온라인에 라면을 소개했다. 이후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면서도 라면 평론을 이어왔고, 2023년부턴 아예 전업 라면 평론가로 나섰다.

그는 왜 이렇게 라면에 빠져든 걸까. “라면이 세계 최고로 인정받고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데, 정작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사람이 없어 아쉬웠기 때문”이란다. 지금까지 맛보고 평가한 라면은 2300여 종. 협찬도 없이 직접 사 먹는데, 한 주에 15∼20종씩 먹는다고 한다.

지 씨가 2024년 펴낸 ‘라면의 역사’(깊은나무)가 한국 라면의 내력을 다뤘다면 신간은 본격적으로 식품학과 과학에 초점을 맞췄다. 면은 왜 꼬불꼬불하고 노란색인지, 수프와 건더기는 어떻게 만드는지 등을 식품공학과 교수와 연구원, 기업 관계자를 두루 취재해 풀어냈다. 최근엔 자신도 한국방송통신대 식품영양학과에 편입해 라면 공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 씨에 따르면 라면은 오해가 많은 음식이다. 그는 “영양가 없고 몸에 해로운 음식처럼 여겨지지만 본래 식량난 해결을 위해 도입된 영양식품”이라고 했다. 2020년 한국영양학회 기준으로는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 비율도 이상적인 편이라고. 다만 현재 시각으로 보자면 단백질이 다소 부족해 “달걀이나 고기를 더하면 균형이 잡힌다”고 한다.

“MSG도 오해가 있어요. 한국 라면은 양 대비 나트륨 함량이 세계에서 낮은 축입니다. MSG는 허용 범위 내라면 해롭지 않고, 소금을 줄여 전체 나트륨 함량을 줄이는 효과도 냅니다.”

그의 라면 사랑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최종적으로 라면 박물관과 대학에 ‘라면 학과’를 세우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반도체 학과처럼 라면도 전문적으로 공부할 곳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쉽고 편하게 먹던 라면에 ‘이렇게 많은 사람의 노력과 성과가 담겨 있구나’를 느끼고 나면 더 맛이 좋아집니다. 라면을 ‘읽는’ 재미도 알아가시면 좋겠어요.”


김도연 rep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