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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1500원대 환율… ‘성공 비용’일지라도 서민이 값 치는 게 문제

[사설]1500원대 환율… ‘성공 비용’일지라도 서민이 값 치는 게 문제

Posted May. 26, 2026 08:09,   

Updated May. 26, 2026 08:09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보던 숫자인 만큼 많은 한국인들은 1500원대 환율에서 ‘경제위기’부터 떠올린다. 다만 초유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이번 고환율은 예전과 원인이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김용범 대통령 정책실장은 고환율과 관련해 ‘경제도약 과정에서 나타난 성공의 비용’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설령 김 실장의 주장이 맞다고 해도 누가 비용을 부담하느냐는 것이다.

2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517.2원으로 마감하며 1520원선에 바싹 다가섰다. 환율상승 요인도 대기하고 있다. 캐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신임 의장은 급격한 국채금리와 물가의 상승 때문에 본인 의지와 달리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이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국제유가와 환율을 낮출 수 있는 미국·이란 전쟁의 종식 가능성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이런 가운데 김용범 실장은 24일 “오늘의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은 한국 경제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성공의 비용”이라는 내용의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지금의 고환율은 한국 증시가 급등하자 외국인이 일부 주식을 팔아 평가차익을 회수했기 때문이며, 과거 위기 때 외화부족과 원인이 다르다는 것이다.

현재의 고환율은 실제로 과거와 구조적으로 다른 면이 있다. 1분기 한국의 경상수지는 반도체 수출 증가 등에 힘입어 사상초유 흑자를 냈다. 성장률도 주요 20개국(G20) 중 최고다. 달러 유입에 따라 환율이 내리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들어온 달러가 서학개미, 국민연금의 해외 금융투자, 대기업의 설비투자로 대부분 빠져나가면서 고환율이 계속되고 있다. 관세협상을 통해 약속한 3500억 달러 대미투자도 선제적으로 환율에 부담을 주고 있다. 과거와 원인이 달라진 건 사실이지만, 이걸 ‘성공의 비용’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고환율·고물가의 비용은 자산이 적고, 소득도 늘어나지 않은 서민, 취약계층이 주로 치르게 된다. 환율 인상으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은 서민의 식탁에, 트럭을 끄는 중소상인에 먼저 영향을 미친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혜택을 받는 일부 기업, 근로자와는 체감 온도부터 다르다. 정부가 지금 할 일은 경제지표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바꾸는 게 아니라, 고환율의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일부에 쏠린 성장의 온기를 퍼뜨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