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이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증거 조작이나 허위 자료 제출이 확인될 경우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쿠팡이 피의자의 노트북 등을 경찰에 제출하는 과정에서 자체 포렌식을 진행한 사실을 수사기관에 알리지 않았던 정황도 확인됐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29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사에서 열린 정례 간담회에서 “(쿠팡이) 허위·조작된 자료를 제출하는 등 불법 행위가 확인되면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혐의는) 증거인멸이나 공무집행방해 등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쿠팡은 고객 정보를 유출한 중국 국적의 전직 직원을 자체적으로 특정한 뒤, 중국 현지에서 잠수부를 투입해 해당 직원이 버린 노트북을 찾아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쿠팡은 해당 노트북 등을 임의 제출하며 참고인 조사를 받았지만, 자료를 확보하게 된 경위만 진술했을 뿐 노트북에 대해 자체 포렌식을 진행했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박 청장은 “이례적인 사례로 보인다”면서도 “경찰 수사는 경찰이 확보한 증거와 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어서, 현재로선 수사 방해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은 제출받은 노트북 외에도 쿠팡 본사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피의자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경찰 수사와는 별도로 쿠팡의 이른바 ‘셀프 조사’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쿠팡 측은 26일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며 진행한 조사였다”고 밝혔지만, 언급된 정부 기관이 국가정보원이라는 해석이 나오자 국정원은 선을 그었다. 국정원 관계자는 29일 “쿠팡이 보도자료에서 언급한 ‘정부’에 국정원과 무관한 부분이 상당수”라며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어떤 부분이 사실과 다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정부도 이날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하고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전방위적·종합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TF에는 개인정보위원회와 경찰청, 고용노동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국토교통부, 국정원, 금융위원회,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외교부,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가 참석했다. 배 부총리는 “국민의 신뢰 위에서 성장해 온 기업이 책임을 회피하는 행태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며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 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