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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서해 피격’ 1심 무죄에 고발 취하… 與 “조작기소 특검하자”

檢, ‘서해 피격’ 1심 무죄에 고발 취하… 與 “조작기소 특검하자”

Posted December. 30, 2025 09:52,   

Updated December. 30, 2025 09:52


(5판용) 국가정보원이 2019년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과 2020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에 대한 고발 조치를 29일 취하했다. 2022년 7월 서 전 실장 등에 대해 고발 조치를 한 지 3년 5개월 만에 “고발 자체가 부당했다”며 판단을 뒤집은 것. 이에 대해 국정원이 관련 사건의 1심 선고만 나온 상태에서 섣불리 현 정권의 입맛에 맞춘 판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국정원 “2022년 고발 자체가 부당”

국정원은 이날 2022년 서 전 실장과 박 전 원장 등에 대한 특별감사와 검찰 고발에 대해 “사실적·법리적 측면에서 문제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감찰 조사가 특정인을 형사 고발할 목적으로 실시된 것으로 보이는 등 감찰권 남용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국정원이 2022년 감찰과 고발 과정에 감찰권 남용과 무리한 법리 적용이 있었다고 인정한 것이다. 국정원은 “부당한 고발로 고초를 겪은 서 전 실장과 박 전 원장 등 사건 관계자들과 국민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정원은 2022년 6월 탈북어민 강제북송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한 내부 감찰에 착수했다. 2019년 11월 탈북어민 2명을 다시 북한에 돌려보낸 사건과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게 피살된 사건에서 정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등이 감찰 대상이었다. 당시 감찰과 고발 과정에 대해 국정원은 감찰이 검사 출신 감찰심의관 주도로 이뤄졌으며 ‘국정원이 직접 고발하라’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2022년 12월 서 전 실장과 박 전 원장 등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은폐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고, 다음해 2월에는 탈북어민 강제 북송 관련한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서 전 실장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허경무)는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관련해 서 전 실장 등에 대해 징역 10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유죄는 인정하지만 범죄 정황이 경미하다고 보고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는 것이다. 이달 26일에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가 26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은폐 혐의 등으로 기소된 서 전 실장과 박 전 원장 등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서 전 실장 등이 관련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확정 판결이 나오지 않은 만큼 국정원의 고발 취하가 섣부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는 “국정원이 과거의 행위를 스스로 부정한 것인데 이번 결정에 대해서도 나중에 또 문제 제기를 하면 결국 오류의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이라며 “정보기관이 정권의 입맛에 맞게 움직이면 정보의 정치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與, “조작 기소” 주장하며 서해 사건 특검 군불

더불어민주당은 서 전 실장 등의 1심 무죄 선고 이후 “검찰의 조작 기소”라고 역공을 펼치며 또다시 특검을 꺼내 들었다. 기존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해병)의 수사 기한이 모두 종료되자마자 ‘2차 종합 특검’과 통일교 특검, 서해 사건 특검 등 새로운 3대 특검을 띄우고 나선 것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9일 전남 최고위원회의에서 “‘서해 사건은 전 정부 조직이 야당 탄압의 일환으로 조작 기소를 한 거 아니냐’는 의혹을 더더욱 갖게 된다”며 “법무부 장관께서는 이 조작 기소 의혹에 관련된 자들에 대한 감찰 그리고 수사를 철저하게 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대표는 “(감찰과 수사가) 미진할 경우 서해 사건 조작 기소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을 다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박 전 원장은 이날 최고위에 참석해 “저의 무죄는 민주주의의 승리이고, 우리 민주당의 승리”라며 “앞으로 내란 청산, 3대 개혁에 저의 모든 것을 바쳐서 노력하겠다”고 했다.


권오혁 hyuk@donga.com · 허동준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