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해군 항공모함에서 발진한 전투기가 6일 공해상에서 일본 자위대 전투기를 향해 레이더를 조사(照射·겨냥해 비춤)하는 사태가 발생해 일본이 중국에 강력히 항의하고 나섰다. 전투기가 다른 전투기를 향해 레이더를 조사해 거리와 속도 등을 측정하는 건 통상 공격 전 단계로 여겨진다. 중국 전투기가 일본 전투기를 항해 레이더를 조사한 건 처음이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지난달 7일 국회에서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을 한 뒤 한 달이 지난 상황에서 양국 갈등이 실제 군사적 충돌을 우려할 수 있는 단계로 격화되는 양상이다. 앞서 중국은 자국인의 관광 및 유학 자제, 일본 문화 콘텐츠 수입 차단 등 한일령(限日令) 등 경제 보복에도 나섰다.
7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 32분부터 3분간 중국 해군 항공모함 랴오닝에서 발진한 J15 전투기가 오키나와 본섬 남동쪽의 공해 상공에서 일본 자위대 F-15 전투기를 향해 레이더를 조사했다. 당시 일본 전투기는 중국 전투기의 영공 침범 가능성을 경계해 대응 출격한 상황이었다. 이후 중국 전투기는 오후 6시 37분부터 약 31분간 일본의 다른 F-15 전투기를 향해서도 레이더를 조사했다. 2013년 1월 중국 함정이 일본 호위함에 화기 관제 레이더를 조사한 전례는 있지만, 중국 전투기가 일본 전투기를 향해 레이더를 조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 일본 방위상은 7일 오전 2시 긴급 회견을 열고 중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런 사안이 발생한 건 극히 유감이고, 중국 측에 강하게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엄중히 요청했다”며 “이번 레이더 조사는 항공기의 안전 비행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위험한 행위”라고 말했다.
반면 왕쉐멍(王學猛) 중국 해군 대변인은 7일 성명을 통해 “일본 자위대 항공기가 여러 차례 중국 해군의 훈련 공역에 접근해 방해했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 전투기의 레이더 조사 여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황인찬 hic@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