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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탕감에 신용 사면까지, 대선 앞둔 포퓰리즘 아닌가

부채 탕감에 신용 사면까지, 대선 앞둔 포퓰리즘 아닌가

Posted August. 12, 2021 07:27,   

Updated August. 12, 2021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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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연체 기록을 없애주는 신용 사면에 나섰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어제 주요 금융 관련 협회장과 가진 간담회에서 “금융사 간 연체 정보 공유를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용점수를 산정할 때도 연체 기록을 활용하지 않도록 요청했다. 코로나 사태로 빚을 제 때 갚지 못한 사람들의 신용 등급을 떨어뜨리지 말자는 뜻이다. 자영업자와 서민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의무이다. 하지만 자영업자에 지나친 부담을 지우는 방역정책과 폐업 지원 대책은 그대로 두면서 신용 원칙을 허물고 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대선을 앞둔 포퓰리즘으로 볼 수밖에 없다.

 코로나 사태로 소상공인과 서민들이 빚을 갚을 여력이 떨어진 게 사실이다. 이런 사람들은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빚을 갚기가 더 어려워진다. 하지만 명확한 기준 없이 신용등급을 유지하도록 지원하면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빚을 제 때 갚은 사람에 대한 역차별 논란도 불가피하다.

 현 정부는 출범 초기 6조 원 규모의 민간기업 부채를 탕감했다. 지난해 9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대출 만기와 이자 상환을 6개월 유예한 뒤 올 3월 다시 연장했다. 7월 말 기준으로 만기 연장한 금액은 209조 원에 이른다. 올해 초에는 자영업 운영기간이 1년을 넘어야한다는 자영업자 채무조정 요건도 없앴다. 이런 지원이 필요하지만 미봉책이라고 봐야 한다. 철거 세무 재취업 등을 아우르는 폐업 지원을 늘리는 한편, 방역으로 인한 자영업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책이 절실한 때다.

 무분별한 금융 지원은 ‘신뢰 산업’이라는 금융업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 성실하게 빚을 제 때 갚은 사람이 높은 신용등급을 받는 게 상식이다. 이런 원칙이 무너지면 금융 전반의 신뢰가 흔들린다. 이자도 못 내는 한계 기업과 소상공인의 빚을 계속 떠안고 가면 금융 부실로 이어져 일반 국민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 코로나 사태가 끝났을 때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마다 선심성 금융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여기에 정부마저 동조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정부는 신뢰 사회의 본질을 훼손하는 금융지원에 기댈 게 아니라 서민과 자영업자를 실질적으로 지원할 대책을 내놔야 한다. 원칙 없는 금융지원을 반복하면 ‘정치 금융’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