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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캐프리오와 이병헌

Posted March. 01, 2016 13:56,   

Updated March. 01, 2016 14:13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대 관심사는 작품상도 감독상도 아니고 영화 ‘레버넌트’에서 열연한 리어나드 디캐프리오의 남우주연상 수상 여부였다. 디캐프리오는 “너무 유명해지는 바람에 오히려 출연을 후회했다”는 ‘타이타닉’에서 연기한 게 19년 전이고 숱한 화제작에 출연했지만 남우주연상을 받지 못했다. 팬들은 시상식에 앞서 그의 수상 탈락을 기원하는 희한한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영화마다 혼신을 다하는 디캐프리오의 모습을 그의 수상을 늦춰서라도 가능한 더 많이 보고 싶다는 애정 어린 마음에서였다.

 ▷레버넌트(revenant)는 라틴어 다시(re)와 오다(veno)에 서 온 말로 몸은 무덤에 두고 돌아온 혼, 즉 유령을 뜻한다. 유령은 오늘날 팬텀이나 고스트라고 하지 레버넌트라고는 잘 하지 않는다. 영화 속 디캐프리오는 죽었다고 여기고 파묻었으나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와 복수를 하는 사냥꾼으로 등장한다. 유령은 아니지만 문자 그대로 죽음에서 돌아온 자다.

 ▷영화는 대부분의 장면이 자연광으로 극한의 추위 속에서 촬영됐다. 디캐프리오는 수상 소감의 말미에서 “실제 영화를 찍던 2015년은 세계 전체로 보면 가장 더운 해였다”며 “지구온난화에서 우리 아이들을 지키자”고 역설해 큰 박수를 받았다. 사진작가 애니 레보비츠가 찍은 디캐프리오의 흑백 사진이 있다. 사진 속에서 디캐프리오는 죽어가는 백조의 긴 목을 자신의 목에 두른 채 안고 있다. 어릴 적 꿈이 해양생물학자였던 그는 영화 ‘비치’를 찍으면서 환경주의자가 됐다. 

 ▷배우 이병헌이 ‘외국어영화상’의 시상자로 등장했다. 아시아 출신으로는 최초다. 여태까지 105편의 비영어권 영화가 아카데미에 추천됐지만 한국 영화는 한편도 없었다. 한국 영화가 칸 베를린 베네치아 영화제에서 다 수상했지만 아카데미에서만 수상하지 못했다. 외국어영화상을 받는 날이 조속히 와야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한국 감독들도 할리우드를 무대로 활동해 중국계 이안 감독처럼 감독상이나 작품상에 도전하는 더 원대한 꿈이 필요하다.

송 평 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