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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는 드라마 덕후?

Posted July. 21, 2014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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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하우스 오브 카드. 스포일러는 사양하겠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올 2월 13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 2가 인터넷에 최초로 공개되기 하루 전날 본방사수를 예고한 것. 지금까지 오바마 대통령이 즐겨본다고 언급한 드라마는 어림잡아도 10편이 넘는다. 오바마는 알고 보면 드라마 덕후(무언가에 푹 빠진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라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선 오바마 대통령이 드라마를 언급함으로써 사회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시각과 정치적 메시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하우스 오브 카드 스캔들: 정치 섀도 복싱?

오바마 대통령은 올 3월 인기 TV 토크쇼 엘런 쇼에 출연해 하우스와 스캔들을 즐겨 본다고 말했다. 두 작품 모두 워싱턴 정가를 음모와 배신이 난무하는 냉혹한 곳으로 묘사했다. 지난해 미국 의회의 예산안 처리 지연으로 사상 초유의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를 겪는 등 의회와 마찰을 빚어온 오바마 대통령의 상황과도 겹친다. 조지 부시 행정부 당시 백악관 언론담당 보좌관 주디 스미스가 제작에 참여해 현실감을 높였다.

홈랜드: 이라크전쟁이 낳은 상처

퍼스트레이디 미셸 여사가 2012년 피플지와의 인터뷰에서 남편이 좋아하는 드라마로 꼽은 작품. 이라크 포로로 잡혀 있던 닉 브로디 중사가 8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이라크 테러리스트의 지령을 받는 배신자라는 의심을 산다. 전쟁 포로와 그 가족들이 겪는 고통과 트라우마를 생생하게 묘사하는 동시에 911테러 이후 전쟁 포로마저 의심하고 감시해야 하는 미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2011년 이라크에서 미군을 완전 철수시키며 종전을 선언한 오바마 대통령에게 의미심장한 드라마인 셈.

더 와이어 브레이킹 배드: 미국 서민의 삶

오바마 대통령이 역대 최고의 드라마라고 칭찬한 작품이다. 미국 볼티모어의 마약조직과 이들을 수사하는 경찰의 활약상을 다뤘다. 전직 경찰 출입 기자와 살인사건 전담 형사가 각본을 담당해 도시 속 마약 문제의 실태와 마약 거래가 도시 하층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담아냈다.

브레이킹 배드도 오바마의 즐겨찾기 목록에 올라 있는 드라마다. 폐암 말기 선언을 받은 화학 교사가 천문학적인 의료비 청구서를 견디다 못해 마약 제조에 나선다는 내용. 평범한 중산층 가장이 건강보험제도 때문에 범죄자로 몰락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모던 패밀리: 미국의 새로운 가족상

대통령 가족이 다같이 보는 드라마로 선택한 작품. 미국의 전형적인 중산층 가족과 백인 중년 이혼남과 재혼한 콜롬비아 출신 이민자 여성, 아기를 입양해 키우는 게이 부부가 등장한다.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는 미국의 가족 형태를 보여주는 셈. 오바마 대통령이 평생의 드라마로 꼽은 작품은 625전쟁을 배경으로 한 매시다. 1972년부터 1983년까지 약 10년 동안 방영된 미국의 국민 드라마다.

드라마 언급은 정치적 전략?

미국 언론은 오바마의 드라마 사랑이 좀 더 대중적이고 친근한 이미지를 얻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동시에 수백만 달러의 선거자금을 모아주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대한 일종의 배려라는 것.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HBO의 왕좌의 게임을 언급하고 몇 달 뒤 넷플릭스의 하우스 오브 카드를 언급했다며 두 경쟁사의 대표 드라마를 차례대로 애청한다고 함으로써 적절한 취향 안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