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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저보다 간절한 사람에게 금메달 준 것 같아요

하늘이 저보다 간절한 사람에게 금메달 준 것 같아요

Posted February. 22, 2014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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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밴쿠버 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을 완벽하게 마친 뒤 김연아(24)는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평생의 꿈이었던 올림픽 금메달에 다가섰다는 기쁨의 눈물이었다.

소치 겨울올림픽 프리스케이팅이 열린 20일(현시 시간). 아디오스 노니노의 탱고 선율에 맞춰 김연아는 혼신의 연기를 펼쳤다. 또 한 번의 클린(무결점) 연기였다. 이번에는 눈물 대신 미소를 지었다.

모든 사람이 완벽한 연기를 펼친 여왕의 금메달을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전광판에 뜬 점수는 144.19점이었다. 전날 쇼트 프로그램과 합쳐 219.11점. 은메달이었다. 그런데도 김연아는 웃었다. 믹스트 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서도, 이튿날 코리아 하우스 기자회견에서도 김연아는 웃었다. 가슴 시린 웃음이었다.

김연아는 일단 모든 게 끝이 나서 너무 홀가분하다. 쇼트 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둘 다 큰 실수 없이 마쳤다. 그동안 고생한 만큼 팬 여러분께 다 보여드린 것 같아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언론, 그리고 피겨 전설들이 판정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렇지만 정작 김연아 자신은 담담했다.

그는 점수에 대해서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피겨는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오든 받아들여야 한다. 금메달을 따러 온 게 아니다. 출전 자체에 의의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또 엄마와도 카톡으로 너무 열 받지 말자고, 다 끝났으니까 자유를 즐기자 그런 얘기를 했다. 하늘이 저보다 더 간절한 사람한테 금메달 줬다고 생각하자고 얘기했다고도 했다.

김연아는 (나에게) 100점 만점에 120점을 주고 싶다고 했다. 그간의 힘든 과정을 잘 이겨낸 스스로에 대한 칭찬이었다.

김연아는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체력적인, 그리고 심리적인 한계를 느꼈다. 그걸 이겨냈다는 게 너무 자랑스럽다고 했다. 20일 프리스케이팅을 마친 뒤 김연아는 두 손으로 다리를 짚는 모습을 보였다. 긴장과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든 듯했다.

김연아는 또 밴쿠버 대회 때는 금메달을 준다면 목숨을 내놓을 수 있을 정도로 간절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는 그런 목표 의식이 없었다. 동기 부여가 없었다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제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김연아는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김연아는 앞으로의 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 않았다. 일단 모든 게 잘 끝났기 때문에 휴식을 취해야 할 것 같다. 놀고 있기만 할 것 같진 않다. 한국에서 이런저런 바쁜 일이 생길 것 같다. 여유를 갖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해 보겠다. IOC 선수위원에 대해서도 앞으로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그는 어릴 때는 살이 찔까 걱정했고 이번에는 근육이 빨리 만들어지지 않아 의무적으로 고기를 먹어야 했다. 쉬는 날 몸에 약간의 이상만 생겨도 예민하게 받아들였다. 이제는 그런 짐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17년간 정들었던 스케이트화와 이별하는 김연아는 피겨는 내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인 거 같다.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새삼 느낀 것은 결과 못지않게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준비 과정에서 많을 것을 깨달았다. 피겨를 그만두더라도 앞으로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는 걸 보면 내가 나이를 먹긴 먹은 것 같다며 웃었다.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