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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파 감독이라고? 난 원래 웃기는 사람

Posted February. 10, 2014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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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가 톤이 높으면서 크다.

난 원래 웃기는 사람이다. 이 목소리에 우스갯소리를 담아 술자리에서 분위기를 주도한다. 내가 도가니를 연출한다고 했을 때 친구들이 왜 그런 영화를 하느냐고 의아해했을 정도다.

데뷔작 마이 파더(2007년)와 이번 영화가 모두 가족 이야기다.

두 영화 모두 내 가족 이야기라고 보면 된다. 마이 파더는 미국 유학 시절 만든 단편의 연장선상에 있는 영화다. 고모가 미국으로 입양을 갔다가 생모인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귀국했을 때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수상한 그녀의 나문희처럼 내 어머니도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스물아홉에 혼자가 되셨다.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점도 같다.

마이 파더는 미국 입양아(다니엘 헤니)가 한국에 와 사형수가 된 친아버지(김영철)를 만나는 이야기. 황 감독은 서울대 신문학과(현 언론정보학과)를 나와 미국 남캘리포니아대(USC) 대학원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영화에 친할머니가 등장한다고 들었다.

주인공 심은경이 찜질방에서 옷 갈아입다가 마주치는 할머니가 96세의 친할머니다. 도가니에도 단역으로 나오셨는데, 이번에는 출연료를 2배로 드렸다. 하하.

할머니가 아가씨가 되는 주인공 역의 캐스팅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시나리오 초고는 할머니가 글래머 아가씨로 변신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갈수록 뻔하고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섹시 대신 엽기, 코믹 캐릭터로 바꿨다. 영화의 단독 주연을 맡은 적이 없는 심은경의 캐스팅에 대해 주변에서 반대가 많았다. 하지만 심은경을 염두에 두고 캐릭터를 그리니 이야기가 재밌어졌다.

이제 심은경을 빼고 이 영화를 상상할 수 없다.

심은경은 장진 감독의 로맨틱 헤븐(2011)에서도 할머니로 나왔다. 그때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이제 스무 살이지만 연기 감정을 통제하는 능력이 대단하다. 눈물 한 방물만 흘리고 옅은 미소를 지으라고 연기 지도를 했는데, 완벽하게 해내더라. 존재감이 대단한 배우다.

영화의 메시지가 뭔가.

우리 어머니, 할머니들은 당신들이 아닌 누구 엄마, 할머니로 사셨다. 그분들의 삶이 가치 있었다고 말하고 싶었고, 지나온 인생에 대해 위로를 드리고 싶다. 다음 생에 태어나면 자유롭게 사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사회파 영화 시나리오가 또 온다면.

이슈를 만들기 위해, 의무감에 할 생각은 없다. 도가니 때도 원작 소설을 읽고 영상으로 구현하고 싶은 욕심이 들었기 때문에 참여했다. 소설 속 배경인 안개 낀 무진시의 도시 분위기를 그려 보고 싶었다. 영화적인 느낌이 있는 소재라야 할 것 같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