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시리아 공습 결의안 표결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미 국민들 사이에는 남의 나라 전쟁에 개입하지 말 것을 주문하는 신고립주의(neo-isolationism) 경향이 거세게 확산되고 있다. 잇따른 전쟁과 경제위기에 지친 미국인들은 화학무기 사용 응징이라는 명분보다는 미국 내 문제를 우선 해결하라는 현실적 요구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2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시리아 공습 승인 요구를 공식적으로 지지한 존 매케인 상원의원(공화)은 5일 지역구인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성난 주민들의 항의를 받았다. 주민들은 왜 우리 의견을 무시하고 또 다른 전쟁을 지지하느냐라거나 폭탄이 아니라 외교로, 전쟁을 끝내라고 외쳤다.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했던 마이클 그림 하원의원(공화뉴욕)도 5일 이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그는 시리아전 개입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전화와 e메일 등으로 항의를 하고 있다며 타이밍이 늦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그림 의원뿐 아니라 대부분의 의원들이 주민들의 적극적인 반대의사 표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에 비치는 보통 미국인들의 요구는 단순한 공습 반대 의견을 뛰어넘는다. 지구 반대편 남의 전쟁에 발을 들이지 말고 경제 회복과 흑백 갈등 해소 등 우리들의 문제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1917년 제1차 세계대전 참전을 계기로 국제문제에 대해 개입주의로 돌아선 미국이 100년 만에 고립주의로 회귀하는 양상이 시민들 저변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런 유권자들의 정서를 파악한 랜드 폴 상원의원과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등 공화당의 2016년 대선 예비 주자들은 상원의 승인을 반대하고 나섰다. WP 집계 결과 8일 현재 미 하원에서는 시리아 공습 승인 반대를 표명했거나 반대 쪽으로 기울어진 의원(226명)이 미결정(182명)과 찬성(25명)을 합한 규모보다 많은 상태다. 미국 언론들은 최근 국제 문제에서 군사 개입에 반대하는 정치인들을 신고립주의자로 부르고 있다.
의회가 결의안을 부결할 경우 정치적 타격을 받을 것이 불 보듯 뻔한 오바마 대통령은 7일 주례 라디오인터넷 연설을 통해 시리아에 대한 군사행동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 개원 다음 날인 10일에도 대국민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오바마 행정부 당국자들은 대대적 홍보전에 나선 상태다.
한편 유럽연합(EU) 28개국 외교장관들은 7일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에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만나 화학무기 사용은 전쟁 범죄와 인류에 대한 범죄라며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케리 장관은 군사개입에 참여를 준비하는 나라가 두 자리 숫자에 이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독일 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존타그스차이퉁은 이번 주말 유엔 조사단이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에 관한 잠정 보고서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7일 유엔조사단의 보고서가 나오는 다음 주말 쯤 대국민 연설을 통해 프랑스의 결정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시리아가 외부로부터 군사 공격을 받으면 러시아가 (시리아 정부군을)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해군 함정 3척이 시리아에 인접한 지중해 동부로 이동하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군함 1척도 지중해로 이동하고 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이 보도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시리아 공습을 지지해 달라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요청을 거절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파리=전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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