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 바가지-환전사기 부호 (일)

Posted January. 27, 2012 05:10,   

중국의 춘제 특수를 노린 일부 한국인 상인의 바가지 씌우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본보 취재진이 24일과 25일 중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명동과 남대문시장, 동대문시장 일대를 돌아본 결과 바가지 상술로 관광객을 울리는 일들이 여기저기서 목격됐다.

명동에서 만난 리즈메이(24여) 씨는 칭다오()에서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는데 밥 한 끼 값이 중국의 4배라며 특히 명동이 비싸다는 말은 들었지만 어차피 여행을 왔으니 그냥 그러려니 한다고 푸념했다. 다른 관광객 부부는 (메뉴판에 있는 사진을 보고) 음식을 시켰는데 이름도 가격도 잘 몰라 그냥 카운터에서 달라는 대로 돈을 냈다고 했다. 한 명동 상인은 대부분의 음식점이 정찰제를 하고 있지만 관광객이 대거 몰려오기 직전에 가격이 다른 메뉴판으로 바꾸면 관광객이 이를 알 방법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음식 가격을 붙여놓지 않은 포장마차 주인과 음식값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다가 경찰에 신고하는 일도 있었다. 남대문시장 포장마차에서 순대와 홍합국물, 잔치국수, 꼬치 등 8가지 음식을 주문했는데 8만9000원을 내라고 하자 관광객이 파출소를 찾아간 것이다.

전형적인 후진국형 바가지인 택시 요금 폭리도 여전했다. 명동에서 만난 탕리(28) 탕페이(27) 자매는 명동에서 이태원까지 요금을 2만 원이나 달라고 했다며 너무 비싼 것 같아 다른 택시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다른 중국인도 기본요금이 나온다고 했는데 요금이 계속 올라가 항의하고 돈을 돌려받은 적이 있다며 택시를 탈 때는 한국인 친구에게 요금이 얼마 정도인지 확인부터 한다고 말했다.

관광가이드와 연계해 관광객의 돈을 알겨먹는 일도 벌어지고 있었다. 명동과 동대문 일대에는 환전을 할 수 있는 은행들이 줄지어 있었지만 가이드들은 현지 사정을 잘 모르는 관광객들을 환전소로 이끌고 가 수수료를 챙겼다. 환전소 관계자는 공식 환율보다 비싸게 위안화를 원화로 바꿔주는데, 20만 원 정도 환전하면 1만 원 정도가 남는다며 이익의 반은 가이드에게 준다고 했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내지 않아도 되는 돈을 날리는 셈이다.

일부 상인의 이런 불법 행위는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 시대를 앞둔 한국의 위상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한국은 물가가 비싸고 못 믿을 나라란 부정적 이미지가 고착화하면 장기적으로 관광 시장 전체에 치명타를 안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화준 한국관광공사 중국팀장은 중국인 관광객이 10년 동안 4배 이상 늘어 지난해에는 222만 명이나 한국을 찾았는데, 일부 바가지요금 탓에 주요 고객을 놓친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겠느냐고 말했다. 임영균 광운대 경영학과 교수도 시장의 투명한 유통구조는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르는 주요 기준 가운데 하나라며 일본처럼 외국인 관광객도 가격을 믿을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면 관광객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승헌 hpar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