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제작된 KTX-산천 열차에 잦은 결함이 발생하자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9일 제작사인 현대로템을 상대로 소송 제기했다. 열차 결함을 이유로 코레일이 제작사에게 피해구상 소송을 제기한 것은 2004년 KTX 개통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반복되는 고장으로 국민적 불신을 받게 된 KTX가 소송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까.
고속철 도입 후 첫 소송
2008년 11월 양산차 생산을 시작한 KTX-산천은 시험운행 기간을 거쳐 지난해 3월 정식으로 노선에 배치됐다. 코레일에 따르면 KTX-산천은 지난해 3월 운행 시작 후 현재까지 제어안전(14건), 견인장치(14건), 공기제동 시스템(13건), 보조장치(7건) 등 총 53건의 결함이 발생했다. 열흘에 한번 꼴로 고장이 난 것이다. 코레일은 KTX-산천 열차 고장 38건으로 열차 운행이 매번 20분 이상 지연됐고 승객들의 요금 반환 등으로 2억8000만 원의 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이미지 실추도 컸다. 코레일은 현대로템이 이 손실금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38건 중 32건(2억6353만 원)에 대해 우선 납부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현대로템은 488만원(2건)만 납부했다고 밝혔다.
코레일은 열차 감축 운행으로 추가 영업 손실액이 8억6000만 원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소송에는 이 금액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기계결함 VS 관리부실
소송이 제기되면서 KTX 사고의 원인이 기계 결함 탓인지, 관리 부실 때문인지에 대한 책임공방도 벌어지고 있다.
코레일에 따르면 KTX-산천의 고장 건수가 2004년 도입된 프랑스 알스톰사의 KTX-1보다 많았다. KTX-1은 2007년 26건, 2008년 27건, 2009년 25건, 2010년 25건, 올해 16건으로 5년 간 평균 26건의 고장을 일으켰다.
건수로는 지난해 28건, 올해 25건의 고장을 일으킨 KTX-산천과 비슷했지만 KTX-1의 객차수가 7배나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KTX-산천의 고장 비율이 훨씬 높다는 것이 코레일 측 주장이다. 실제 총 46대인 KTX-1은 20개의 객차를 연결해 운행한다. KTX-산천은 10개 객차를 연결해 모두 19대가 운행 중이다. 총 객차수는 KTX-산천이 190개, KTX-1이 920개다. 이를 기준으로 고장률을 계산하면 지난해 기준으로 KTX-산천이 14.7%, KTX-1이 2.71%가 돼 6배나 차이가 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현대로템 측은 일부 결함은 인정하지만 정비, 보수에서도 고장이 생겼을 가능성도 짚어봐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그러면서 그동안 영업 손실분에 대해 코레일과 협을 해왔는데 갑자기 소송을 낸 것이 당황스럽다고 했다.
김윤종 zozo@donga.com
About Dong-A 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