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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골짜기는 기억한다, 79년전 총성을

Posted March. 02, 2011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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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년 12월 19일 오전 7시 27분, 일본 이시카와() 현 우치가와()마을의 미쓰코지() 가나자와()육군작업장에서 총살형을 당해 순국한 매헌 윤봉길 의사(19081932). 그의 순국 장소(처형장) 현장이 사후() 79년 만에 처음으로 확인됐다.

매헌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와 함께 윤 의사의 순국 장소를 추적해 온 근대사 전문 다큐멘터리 PD 김광만 씨는 지난달 26일 가나자와육군작업장 서북쪽 계곡에서 순국 현장을 찾아냈다. 이에 따라 윤 의사 순국 장소를 둘러싼 논란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김 PD는 이곳은 1932년 당시 제9사단의 가나자와육군작업장이었고 현재도 육상자위대 연습지로 쓰이고 있어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된 탓에 추측과 추리로 순국지가 비정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윤 의사 처형 관련 극비문서인 만밀대일기()에 수록된 처형장 사진과 도면을 구글 위성사진과 비교해 순국 지점을 추적해 온 김 PD는 지난달 25일 가나자와로 건너가 현장조사를 벌였다.

가나자와 민단 관계자 등 재일교포와 일본 지식인,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현장 확인을 시작한 김 PD는 26일 육군작업장 실내사격장 바로 북쪽 지점에서 정확한 순국 장소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김 PD는 만밀대일기에 수록된 처형장 사진과 이번에 찾아낸 장소의 지형이 완벽하게 일치한다고 밝혔다.

김 PD가 2002년 일본 방위청 자료실에서 찾아낸 만밀대일기에는 처형장은 미쓰코지 가나자와육군작업장 서북골짜기 사이, 교통이 희박하고 동쪽으로는 절벽이 약 7m 높이로 돌출되어 있는 곳이라고 적혀 있다. 김 PD는 주변 지형이 일부 변했지만 처형장의 지형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옆의 언덕길을 돌아가면 7m 높이의 절벽도 그대로 있었다. 남쪽의 실내사격장과 북쪽의 도로 사이에 갇혀 순국 지점이 훼손되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번에 확인한 지점은 김 PD가 지난주 구글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했던 지점에서 동쪽으로 약 10m 지점이다.

26일 오후엔 가나자와 시의 재일거류민단 사무실에서 윤 의사 순국 장소를 확정하는 공개모임을 가졌다. 모리 가즈토시() 가나자와 시의원, 다무라() 윤 의사 암장지 보존위원, 역사학자 야마구치 다카시() 씨, 윤 의사 처형조사팀의 사학자 신야 히로() 씨, 박현택 윤 의사 암장지 보존위원회 회장, 변종식 재일거류민단 이시카와 현 지방본부 단장, 박순인 가나자와 우리도서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김 PD가 순국 장소 확인 과정과 결과를 보고했다. 김 PD는 이날 모임에서 순국 장소 확인을 계기로 성역화 사업을 추진하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전했다.

매헌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의 양승학 사무처장은 31절의 쾌거라고 감동을 표현했다. 양 사무처장은 윤 의사 의거 및 순국 80주년인 2012년을 앞두고 윤 의사의 순국 장소를 정확하게 확인함에 따라 80주년 기념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재판기록, 체포사진 등에 관한 사료를 더 발굴하고 외교 협상을 통해 순국 장소 현장에 기념 표석을 세우고 평화공원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기념사업회의 80주년 영상물제작팀장을 맡고 있는 김 PD는 이번 성과를 토대로 윤 의사 의거부터 순국까지의 치열했던 삶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계획이다.



이광표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