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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지키지 못해 죄송합니다 (일)

Posted January. 28, 2011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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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절차나 결과가 참으로 실망스럽습니다. 강원도를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광재 강원도지사는 27일 오후 강원도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착잡한 표정으로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읽어나갔다. 이 지사는 도지사 당선 직후 법정에 나오겠다고 한 박연차 회장을 출두시켰다면, 또 박 회장이 사실을 기록해 법정에 제출하겠다는 약속을 어기지만 않았다면 진실은 밝혀졌을 것이라며 지사직을 잃어서가 아니라 강원도와 도민을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 지사는 또 (작은)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모진 바람에 가지가 꺾여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태백산 주목처럼 당당하고 의연하게 살아갈 것이라며 강원도민에게 받은 은혜를 평생 갚아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기자회견 후 마지막 실국장단 회의에 참석해 흔들리지 말고 도민을 위해 두 배, 세 배 열심히 일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지사는 도청 본관 앞에 도열한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승용차를 타고 서울 자택으로 향했다. 이 지사는 여러분 사랑합니다. 강원도도 사랑합니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큰 소리로 외쳐 직원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 지사의 낙마로 민선 5기 강원도정은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대법원 재판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강원도민들은 가슴 아픈 결과가 나왔지만 하루빨리 도정을 정비해 안정을 찾아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강원도 직원들은 이날 오후 TV와 인터넷을 통해 재판 결과를 지켜보다 이 지사 유죄 소식을 접하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 간부 공무원은 이 지사뿐 아니라 강원도민 모두에게 불행한 결과가 나왔다며 현안 추진에 차질이 없도록 직원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공무원은 파기 환송으로 시한부 도지사가 되는 것보다는 어떤 식으로든 결정이 되는 편이 도정을 위해서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해 왔다며 최상은 아니지만 차상의 결과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 지사는 재임 기간에 직원들을 공관으로 초청해 식사를 하거나 맥줏집에서 번개모임을 하는 등 공직에 새 바람에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활발한 2018 겨울올림픽 평창 유치 활동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알펜시아리조트에 중국인의 투자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도 후한 점수를 받기도 했다.

이 지사의 낙마로 강원도는 강기창 행정부지사가 두 번째 권한을 대행한다. 강 부지사는 민선 5기 출범일인 지난해 7월 1일부터 2개월여 동안 권한을 대행했다. 이로써 강 부지사는 보궐선거가 열리는 4월 27일까지 두 차례 권한 대행을 통해 총 155일 동안 강원도 임시 수장을 맡는다. 지난해 9월 2일 직무를 시작한 이 지사의 직무수행 기간 147일보다 길다.

강 부지사는 이날 도민들께 드리는 글을 통해 2018 평창겨울올림픽 유치준비와 일자리 창출, 민생 안정 3대 축에 집중하면서 당면 현안인 구제역 방역, 올림픽 실사, 알펜시아 유동성 관리에 빈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지사에 비해 사업 추진에 힘이 달릴 것으로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인모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