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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정 추기경의 4대강

Posted December. 09, 201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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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이 자연 환경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것으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천주교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주교회의가 올해 3월 성명을 발표하자 혼돈스러워하는 천주교인이 적지 않았다. 4대강 반대 강론 듣기 싫어 성당가기 싫다는 신자들도 많았다. 원로사제 김계춘 도미니꼬 신부는 평신도 인터넷저널 광야의 소리에서 누군가가 순박한 신부들에게 준 자료를 보고 많은 사제들이 동의했을 것이라며 사제는 믿는 일에 도가 트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잘 속아 넘어간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정진석 추기경이 어제 주교회의 결정은 4대강 사업이 자연파괴와 난개발의 위험이 보인다고 했지, 반대한다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4대강 반대로 알려졌던 천주교의 견해를 사실상 뒤집은 것이다. 정 추기경은 주교회의 결정은 난개발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면서 위험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4대강을 개발하도록 노력하라는 촉구하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4대강의 심층적인 문제에 대한 판단은 자연과학자와 토목전문가 등 전문가들이 해야 할 일이라는 정 추기경의 발언에는 개인적, 과학적 배경도 있어 보인다. 정 추기경은 가톨릭대학 신학부에 입학하기 전 서울대 화학공학과에 다닌 엔지니어 후보생이었다. 부친은 북한에서 공업성 차관을 지냈다. 개발은 파괴와 동격이 아니고 4대강 찬반 주장은 종교 분야가 아니다라고 분명히 선을 그은 것도 이런 이공계 기질의 발로가 아닌가 싶다.

정 추기경은 사회적 발언을 자제하는 것으로 비쳐지기도 하지만 꼭 필요한 때는 발언에 나서고 있다. 올해 4월에는 4대강 사업과 관련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을 했어야 했다며 소통의 부족을 지적했고, 작년 민주당 의원들에게는 여야가 국회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시위 때는 길거리 정치가 아닌 국회 대의정치를 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어제 전문가 아닌 전문가들이 오만 군데 끼어들어 말하는 세태에 대해 발언한 것은 특히 새겨들을 만 하다. 나는 내가 전문가가 아닌 부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김 순 덕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