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MB, 개헌 빅딜설에 진노했다는데 (일)

Posted October. 15, 2010 08:20,   

日本語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개혁의 화두로 던진 개헌을 둘러싸고 여권 내부의 난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최근 여권 핵심 인사들에게 개헌의 불가피성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개헌 로드맵을 놓고 당청, 당내 계파 간 의견이 갈라져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민주당을 상대로 제안한 빅딜 대상에 국회 개헌특위 구성과 민주당이 요구하는 국회 4대강사업검증특위 구성이 포함됐다는 보고를 받고 이를 강하게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헌 파문은 전방위에 걸쳐 갈수록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 대통령, 4대강 사업 빅딜 포함에 진노

이 대통령은 핵심 국정과제인 4대강 사업을 정치적으로 첨예한 갈등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개헌 문제와 연계시킨 것이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헌 추진이라는 방향은 맞지만 방법론이 틀렸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핵심 참모는 14일 앞으로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개헌 문제를 갖고 4대강 사업을 위험에 빠뜨리는 빅딜을 왜 하느냐면서 빅딜은 당정청 수뇌부 간에 조율된 방침이 아니다고 말했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여권 내 특정 라인이 이 대통령의 의중을 잘못 읽고 4대강 사업을 개헌과 연관지은 것은 이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여권 일각에서 개헌 문제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의중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해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으로 2012년 대선 판도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청와대는 한나라당이 연말까지 이어질 정기국회 동안 개헌 문제보다는 4대강 사업 예산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파문이 확산되자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이날 감사원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 도중 감사원 기자실을 방문해 개헌특위와 4대강 사업의 빅딜은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 정무라인과 이재오 특임장관의 노선 갈등?

정진석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비롯한 청와대의 정무라인은 현실적으로 개헌의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집권 후반기에 개헌 추진의 동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자칫 정쟁이 장기화할 경우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설사 개헌을 추진하더라도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논리도 있다. 특히 11월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남북협상 등 굵직한 현안을 앞둔 상황에서 개헌 문제가 불거져 블랙홀처럼 정치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가 이날 청와대 내에서 개헌 문제는 전혀 논의가 안 되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청와대나 대통령은 개헌의 방향성에 대해 공적 사적인 자리에서 어떤 말도 한 적이 없다며 이 대통령이 언급한 국회 주도의 개헌 논의라는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여기엔 이 대통령이 개헌 전선의 전면에 나설 경우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정치적 고려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재오 특임장관은 최근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개헌 드라이브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대통령이 평소 권력 분산의 개헌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만큼 어떤 형태로든 개헌 이슈화에 나서야 한다는 복안이다. 민주당에 개헌-4대강 특위의 빅딜을 제안한 한나라당 이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 장관의 핵심 측근 중 한 명이다.

여당도 개헌 갈등 점화

친박계인 한나라당 서병수 최고위원은 1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헌 같은 중요한 정책을 의원총회와 최고위원회의를 거치지 않고 자의적 판단으로 빅딜을 한다는 것은 권한 남용이라며 헌법을 마치 흥정과 거래의 대상으로 전락시킨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민주당과의 협상 논의에서 친박(친박근혜)계가 배제된 것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여기엔 복잡한 심경이 깔린 듯하다. 친이(친이명박)계가 주도하는 개헌 논의가 박 전 대표의 대권 행보를 견제하는 카드라는 우려와 함께 개헌 논의 자체를 거부하지 못하는 고민이 깔려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미국 스탠퍼드대 초청 강연에서 4년 중임제 개헌의 필요성을 제기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는 개헌 문제는 오래전부터 의원들을 상대로 한 각종 조사와 의총에서 거론됐다. 그때마다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권력 집중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절대 우위에 있었다는 점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친박계의 의견에 개의치 않고 야당과의 개헌 논의를 주도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셈이다.



이명건 황장석 gun43@donga.com suro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