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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극장가, 대박 없는 대목? (일)

Posted September. 14, 2010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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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눈에 띄는 것은 지난해 TV 드라마 아이리스로 주가를 올린 김태희 주연의 그랑프리다. 경마()라는 독특한 소재, 3월 제대한 양동근의 컴백작이라는 사실도 관심을 모았다. 7일 언론시사로 공개된 결과물의 만듦새는 한국영화 스토리텔링의 퇴보가 우려될 만큼 조악하다. 제주도에서 우연히 만난 청춘 남녀가 느닷없이 사랑에 빠졌는데, 알고 보니 두 남녀의 보호자들 역시 오래전 한 맺힌 이별을 나눈 연인 사이였다는 시대착오적 스토리. 달콤한 선율에 우연히 만나 뜨겁게 사랑한 연인의 모습을 천편일률 담아냈던 1990년대 대중음악 뮤직비디오를 1시간 49분 동안 반복 재생하는 느낌이다. 노장배우 박근형 고두심이 아니, 당신은! 그것은 내 못난 죄책감이오!처럼 닭살 돋는 대사를 진지한 얼굴로 토해내는 모습은 안타까움마저 안긴다.

장진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퀴즈왕도 김수로 한재석 등 무더기 주연배우 12명의 팀플레이 덕에 독특한 맛을 낼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스크린 속 배우들은 러닝타임 2시간 내내 즐거워 보인다. 문제는 산만하게 쪼개진 이야기가 스크린 밖 관객과 배우들을 자꾸 갈라놓는다는 점이다. 영화관에 앉아 대학로 연극을 보는 듯한 신선한 감흥은 10여 분을 넘기지 못한다. 장면마다 적잖은 웃음이 터지지만 그 폭소들은 이야기의 축에 힘을 싣지 못한 채 조각조각 흩어진다. 간첩 리철진 아는 여자에서 보여줬던 이야기꾼의 솜씨가 아쉽다.

외국영화로 눈을 돌려도 별 대안이 없다. 레지던트 이블 4는 2007년 3편에서 인류의 멸망을 선언했던 것이 무색하게 끝나지 않은 전쟁이라는 부제를 붙이고 나왔다. 3차원(3D) 입체영상 효과도 적어 고글을 쓰고 보나 벗고 보나 별 차이가 없다.

유일한 애니메이션 슈퍼배드는 위악적 성격의 주인공이 순수한 동심 덕에 행복을 찾는다는 익숙한 이야기를 다뤘다. 100여 년 전 오스카 와일드가 쓴 같은 내용의 동화 욕심쟁이 거인보다 아기자기한 맛이 떨어진다. 흔히 일컫는 극장가의 추석 대목이 유명무실해진 것은 올해만의 현상이 아니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해마다 추석연휴 직전에 개봉한 한국영화 흥행 성적은 2006년 타짜(579만 명3위) 이후 신통치 못했다. 2008년 신기전은 375만 명이 관람했지만 그해 개봉영화 흥행 12위로 겨우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영화제작사 유니코리아 박민정 이사는 가족과 다같이 극장 나들이를 하는 추석 풍경은 이제 보기 어려워졌다며 혼자 또는 연인과 오붓이 연휴를 즐기는 관객의 수요를 감안해 2007년 틈새시장을 공략한 저예산영화 원스의 성공사례를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택균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