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교육에 빨간불이 켜졌다. 숫자로는 보수 교육감 당선자가 10명으로 진보 교육감보다 4명 더 많다. 하지만 경기는 물론 서울까지 진보 교육감이 자리를 잡은 건 교육 당국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교육계에서는 소수를 위한 수월성 교육을 대폭 수술하지 않으면 거센 저항에 부딪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300 대 300
이번 선거 이전까지 전국 교육감 16명 중 정부 정책에 맞서 반대 소신을 밝힌 후보는 김상곤 경기도교육감뿐이었다. 교육감 선거는 현직 프리미엄이 강해 이번에도 판세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현직 교육감 중 5명이 낙선하면서 진보 교육감들이 전면에 자리 잡게 됐다.
특히 이들은 자율형사립고(자율고) 확대를 중심으로 한 고교 자율화 300 프로젝트를 타깃으로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자율고는 경제력 상위 50%에 드는 학생들을 위한 귀족학교라고 반대한다. 그 대신 소수 인원을 대상으로 학교별 지역별 특성에 따라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는 혁신학교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현재 33곳인 혁신학교를 200곳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당선자도 혁신학교 300 프로젝트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혁신학교 지지자들은 우리 교육은 이미 경쟁 과포화 상태인데도 현 정부가 무한경쟁만 도입하려고 한다. 이에 대한 대안 모델이 바로 혁신학교라고 강조한다.
이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자율고 정책과 혁신학교는 정책 방향이 다르다고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한 교육학자는 혁신학교는 성적보다 적성 협동토론 수업 과정 중심의 질적 평가 등을 강조한다. 이는 성적 공개 후 줄 세우기 중심인 현 정책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라며 혁신학교가 교과부 대 진보 교육감 사이의 주요 전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교조 교사 징계, 첫 번째 전선될 듯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교육당국이 지나친 전교조 목 죄기에 나서 그 역풍으로 진보 교육감이 많이 나왔다는 분석도 들린다. 광주 장휘국, 강원 민병희 교육감 당선자는 자기 지역 전교조 지부장 출신이다. 둘다 현직 교육감을 누르고 당선됐다. 이들은 선거 기간 MB 특권 교육을 심판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당선자도 1일 자신의 트위터에 내일은 미친 교육 잡는 날이라고 밝히며 정부 심판론을 내세웠다.
이들과 교과부의 첫 번째 힘겨루기는 민주노동당 가입 혐의를 받고 있는 전교조 소속 교사들의 징계 문제에서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교과부는 민주노동당 가입과 후원금 납부 혐의로 기소된 교사 134명을 해임파면하기로 지난달 결정했다. 하지만 교사 징계권은 시도 교육감에게 있다. 진보 교육감들이 징계를 거부할 수도 있는 것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지난해 시국선언 교사 징계에 나섰을 때는 김상곤 교육감만 반대했다. 혼자만 반대를 했기 때문에 검찰 고발이 가능했지만 6명이 같은 목소리를 내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원평가는 정부 방침대로 추진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학부모들 사이에 교원평가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이 높기 때문에 법적 뒷받침이 없는 제도라고 해도 교육감이 섣불리 거부 의사를 밝히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교과부 내부서도 반성 필요
최종 개표 결과가 드러나면서 교과부 직원들은 술렁였다. 교과부 직원들은 청사 곳곳에 삼삼오오 모여 수월성 교육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봐야 한다 보수 유권자들도 현재 교육 정책에 등을 돌린 것 같다고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현 정부 심판론이 교육 정책에도 들이닥친 것이다.
한 교과부 직원은 사견임을 강조하며 이원희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회장 출신인데도 고배를 마셨다. 그런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지부장 출신은 둘이나 당선된 건 의미심장하다며 솔직히 우리가 추진하는 정책이 올바른 방향인지 의심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총도 이날 논평을 통해 이번 선거 결과는 일방 독주 방식의 교육 정책 추진에 대한 엄중한 중간 평가라며 왜 이러한 선거 결과가 나왔는지 (정부와 한나라당의) 진심어린 반성을 통해 개선이 뒤따라야 할 대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규인 kini@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