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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20조 원 퍼붓고도 목욕물로도 못쓸 한강 물

[사설] 20조 원 퍼붓고도 목욕물로도 못쓸 한강 물

Posted February. 11, 2010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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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0만 수도권 주민의 상수원인 팔당호 수질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의 2009년 하천수질 측정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팔당댐의 연평균 수질은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기준 4.0ppm으로 정부가 통계를 작성한 1994년 이래 가장 나빴다. 또 다른 지표인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도 2005년 1.1ppm에 이어 2008, 2009년 연속 1.3ppm를 기록했다. BOD 기준 역시 계속 1b등급에 머물면서 수질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상수원이 아닌 한강 물의 사정은 더 나쁘다. 가양행주대교 부근의 COD는 청소 등의 생활용수는커녕 농업용수로도 사용하지 못하는 7ppm(4등급)을 넘었다. 대장균 수가 늘어난 것도 좋지 않은 징조다. 지난해 팔당호행주대교 사이 11개 지점에서 검출된 대장균 수는 100mL당 평균 3만8466개로 2000년(9277개)보다 4.2배 증가했다. 현행 수질기준은 대장균이 100mL당 5000개를 넘을 경우 등급 외()로 분류하는데 11개 지점 가운데 팔당호 광진교를 제외한 9개 지점이 수질등급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오염됐다.

환경부는 수질악화의 요인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극심한 가뭄의 영향을 들었으나 자연 탓을 하는 것은 안이하다. 지난해 봄철 가뭄을 겪긴 했지만 여름철에는 평균보다 많은 비가 내렸다. 정부가 2000년 이후 팔당호를 비롯한 한강 수질개선에만 20조 원이 넘는 돈을 썼는데도 수질이 악화된 데 대한 보다 근본적인 진단이 요구된다. 한강의 수질악화는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의 특성상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COD와 대장균 수치가 유독 상승하고 지역별 편차가 심한데 대해 확실한 원인 규명이 있어야 한다.

환경부는 원수() 수질악화는 사실이지만 가정에 공급되기 전에 정수 처리를 잘 하고 있기 때문에 수돗물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장균이 포함된 질 나쁜 원수를 정수하기 위해선 염소를 많이 넣어야 하며 그렇게 되면 발암물질인 잔류 염소 등 소독()부산물에 대한 걱정도 커질 수밖에 없다. 질 나쁜 원수로는 아무리 정수를 잘해도 좋은 수돗물을 만들 수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보다 10배 높은 농약살포를 줄이는 방안과 함께 상수원 주변지역의 식당 호텔 등 위락시설에서 흘러나오는 오염물질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2012년 말 시행예정인 하폐수 처리장의 COD 기준 강화도 재정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앞당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