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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조문단에 유엔과 한국의 원칙 분명히 보여야

[사설] 북조문단에 유엔과 한국의 원칙 분명히 보여야

Posted August. 21, 200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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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김기남 노동당 비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포함한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조문단 6명이 오늘 특별기편으로 서울에 온다. 이들은 오늘로 23일째 북에 억류 중인 800연안호 선원 4명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별도 없이 서해 직항로를 통해 김포공항으로 들어와 내일까지 1박2일간 머물 예정이다.

금강산 관광재개 등에 관한 김정일-현정은 합의에 이어 조문단 파견이 남북관계의 미묘한 변수로 떠올랐다. 최근 유엔안보리 결의안 1874호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로 고립된 북의 화해 제스처라는 분석과 남한 흔들기 전술의 일환이라는 상반된 관측이 나온다.

북은 조문단 파견과 관련해 우리 정부와 협의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텐데도 공식 채널을 배제하고 김대중 평화센터 창구를 통했다. 이는 의도적이다. 민간 차원의 김정일-현정은 합의와 조문단 파견을 허겁지겁 추인()하는 모습을 보인 우리 정부에도 문제가 있다. 남북 당국이 논의해야 할 사항을 민간이 먼저 다루는 통민봉관() 전술에 매번 끌려 다닐 것인가. 북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에는 조전()을 보내자마자 2차 핵실험을 강행한 전례가 있다. 조문단 파견을 계기로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처음으로 당국간 대화가 재개돼 남북 경색이 풀리리라고 속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정부 당국자가 북 조문단을 만나더라도 유엔의 제재 결의와 우리의 원칙이 흔들려선 안 된다.

금강산 관광 재개가 유엔안보리 결의안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해석이 일각에서 나오는 것도 성급하기 짝이 없다. 남한 관광객들이 낸 돈이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에 다시 쓰일 가능성은 그대로 남아 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북한의 입맛대로 놀아난 과거 10년간의 남북관계로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새겨들을 말이다.

개성공단 활성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서는 남쪽 관계자와 관광객의 신변안전 보장책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관광객 박왕자 씨 사살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책 및 사과도 선결요건이다. 북이 핵 폐기를 위한 6자회담으로 하루빨리 다시 돌아와야 함은 물론이다.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북의 일시적 제스처에 속아서는 안 된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그제 동아일보 인터넷 방송뉴스에 출연해 북한은 핵무기를 절대 버리지 않는다면서 북은 전혀 변하지 않았는데 남쪽에서는 (변한다는) 환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일의 속셈을 꿰뚫어보는 그의 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는 북측과 대화 재개를 모색하되 미국과의 공조 틀 속에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