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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미쇠고기 수입 재개 대응수위 고심

Posted May. 06, 2008 07:44,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가 정국의 핫이슈로 떠오르면서 여야 정당들이 국민 여론도 얻고 실리도 챙기기 위한 묘수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쇠고기 문제가 국민의 먹을거리와 직결되는 정서적 사안인 데다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관심이 폭발하면서, 당 지지도가 오르락내리락할 수 있는 민감한 정치 이슈가 됐기 때문이다.

여야는 또 쇠고기 문제가 자칫하면 반미와 친미라는 이념적 쟁점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인식 아래 매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정하는 데 골몰하는 형국이다.

쇠고기 수입에 대한 찬반을 놓고 보면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이 양쪽 끝에 서 있고 그 사이에 친박연대, 자유선진당, 통합민주당이 차례대로 자리 잡고 있는 모양새다.

한나라당 정국 주도권 잃을 수도

한나라당은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에 합의한 만큼 적극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무작정 찬성만 하다간 여론을 등질 수도 있다는 게 문제다.

처음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국민에게 납득시키고 농가 대책만 충실히 세우면 별 일 없을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에 젖어 있었지만, 뒤늦게 여론의 심각성을 깨닫고 조건부 재협의 가능성을 열어놓는 등 수위 조절에 나선 것은 이 때문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5일 2002년 효순미선 양 사망 사건을 가볍게 보다 대선 직전 전국적인 촛불시위로 번지면서 대선 패배로 이어진 악몽을 떠올리는 이가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한나라당은 49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긴 했지만 18대 국회가 개원하기도 전에 정치적으로 밀리면 향후 정국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촛불집회에 야당이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은 이런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민주당 여론은 우리 편 강경

민주당은 여론에서 주도권을 잡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당 방침이 수입 재개는 불가항력정부를 질타하되 종료된 협상은 인정재협상 요구로 갈수록 강경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최근 촛불집회가 본격화하면서 국제무역의 관행과 상식을 강조해온 보수성향 또는 도시지역 의원들의 목소리는 잦아들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민노당과 달리 장외 집회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자칫 반미 정당이란 오해를 사기 쉬운 데다 야당 개입설에 빌미를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여당일 때 노무현 대통령이 추진해온 일이라는 점도 민주당으로선 곤혹스러운 문제다. 쇠고기 수입 자체에 대한 반대보다는 재협상을 요구하는 쪽에 무게를 두는 것은 이런 사정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선진당 검역주권 포기가 문제

선진당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강력한 비판 목소리를 내면서 야권 공조에 동참해왔지만, 지지층과 당 일각에서 그럼 우리가 반미 정당이냐는 지적이 나오자 한 발 빼는 모습이다.

이회창 총재는 5일 담화문을 통해 검역주권을 포기했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면서도 미국 쇠고기 자체에 문제가 있는지 따지는 건 본질을 벗어나는 일이다고 선을 그었다.

선진당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쇠고기 특별법 제정과 장관 해임 건의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의 특별법 추진은 난관을 맞게 됐다.

친박연대, 한나라 지도부 압박

친박연대는 쇠고기 수입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도부의 대응 태도를 문제 삼고 있다. 최대 현안인 한나라당 복당의 판을 깨지 않고 한나라당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이 문제에 침묵을 지키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의 처지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민노당 협상전략 문건 공개

가장 강경한 민주노동당의 강기갑 의원은 5일 노무현 정부가 만든 한미 쇠고기 협상전략이라는 문건을 공개하면서 이명박 정부가 쇠고기 협상을 두고 과거 정부가 결정한 사항을 실천한 것일 뿐이라며 내세운 설거지론은 허구임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농림부가 지난해 9월 만든 이 문건은 수입 재개를 결정하더라도 30개월 미만 소로 제한하며 7개 특정위험부위(SRM)는 수입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 협상 결과 30개월 이상의 소는 7개 SRM 모두 수입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으나 30개월 미만 소는 2가지만 제외하고 5가지 SRM의 수입을 허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