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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합선언한박근혜전대표

Posted August. 21, 2007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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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열린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불과 1.5%포인트(2452표) 차로 박근혜 전 대표를 누르고 대선 후보로 선출되는 순간 박 전 대표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 후보가 환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을 때도 미소를 잃지 않고 그의 손을 잡았다.

이어진 패배 후보 연설에서도 박 전 대표는 감정의 흐트러짐 없이 이 전 시장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그러면서 그는 경선 패배를 인정한다.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한다. 오늘부터 당원의 본분으로 돌아가 정권 교체를 이루기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가 연설을 하는 동안 강재섭 대표는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쳤다. 이전까지 경선 무효를 외치던 박 전 대표 지지자들도 그의 경선 승복 선언 직후 구호를 멈췄다.

박 전 대표의 경선 승복 선언이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진정한 축제의 장으로 만든 것이다.

박근혜, 대인 풍모 보여 줬다=박 전 대표는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 전 시장을 432표 차로 이기고도 여론조사에서 2884표를 져 아쉽게 패배했다. 그만큼 경선 결과에 승복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패배 후보 연설에서 경선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을 잊자. 하루아침에 잊을 수 없다면 며칠이 걸려서라도 잊자. 그리고 다시 열정으로 채워진 마음으로 돌아와 나를 도와줬던 그 순수한 마음으로 정권 창출을 위해 함께 힘을 모으자고 호소했다. 사실상 이 후보 지지 선언을 한 것이다.

뒤 이은 연설에서 원희룡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연설을 들으며 코끝이 찡해지는 것 참을 수 없었다. 박 전 대표처럼 패배를 아름답게 맞는 것은 어려운 것이다라며 박 전 대표의 대인 같은 모습에 진심으로 존경과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올해 초 이 전 시장의 절반밖에 안 되는 지지율로 시작해 이처럼 박빙의 승부를 벌일 수 있었던 것은 박근혜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여성 대통령으로서의 가능성도 충분히 보여 줬다고 평가했다.

박근혜의 향후 진로는=이 후보는 후보 수락 연설에서 박 전 대표가 나와 함께 정권을 되찾아 오는 중심적 역할을 해 줄 것을 요구한다며 박 전 대표의 5년 후 선진국 만들자는 공약도 함께 만들어 가자고 밝혔다.

이 후보는 21일 박 전 대표를 따로 만나 위로의 말을 전하고 힘을 모아 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다.

강 대표도 19일 기자회견에서 추석 전후 패자 쪽 인사를 더 중용해 탕평 선대위를 발족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패배한 캠프의 인사들이 승자를 위해 더 열심히 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당 화합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승자와 패자가 모두 정권 교체를 위해 하나가 되겠다고 밝힌 만큼 이제 올해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분열될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현 공직선거법은 정당 경선에서 패배한 후보의 해당 선거 출마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박 전 대표가 탈당 후 독자 출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원칙과 약속을 중시하는 그의 성품을 감안하면 당 밖에서 다시 지지세를 규합할 가능성도 없어 보인다. 현재로서는 당에 남아 9월 하순에 구성될 선대위에서 중책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화학적 결합 가능할까=당 세력의 절반에 가까운 박 전 대표 지지 세력이 이 후보를 지지할 것인지는 올해 대선의 결정적 변수다.

양측은 7개월여 동안 거친 검증 공방을 벌이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져 있다. 자칫 박 전 대표가 대선에서 뒷짐만 지고 있을 경우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양측 간의 진정한 화학적 결합이 가능할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다.

현재까지는 낙관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검증 공방의 주역이었던 이 후보의 최측근 정두언 의원과 박 전 대표의 최측근 유승민 의원은 21일 만나 양 캠프 간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정 의원은 통화에서 오늘 전당대회의 주인공은 이 후보가 아니라 박 전 대표였다며 앞으로 모든 것을 열어 놓고 박 전 대표 측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치열한 감정싸움을 했던 양 캠프가 하나로 거듭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준 것은 박 전 대표의 감동적인 연설의 힘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정훈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