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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육의 정치화를 완전 포기하라

Posted July. 05, 2007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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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 파문이 봉합 단계다. 김신일 교육부총리는 어제 대학들의 대화모임인 대학교육협의회 회장단과 만나, 올해 입시부터 내신 실질반영률을 50%로 높이라던 당초의 요구에서 후퇴해 내신 반영비율을 연차적으로 확대한다는데 합의했다. 예산지원을 끊겠다고 위협하며 대학들을 강압해온 정부가 1980년대 시국선언 이후 처음으로 교수들이 집단반발 움직임을 보이자 태도를 바꾼 것이다.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교육을 이념 관철의 도구이자 계급정치의 수단처럼 여기는 노무현 정권의 왜곡된 교육관이 바뀌지 않는 한 정부와 교육 현상 사이에서 언제 어떤 일이 터질지 모른다.

이 정권은 집권 내내 다수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적 교육정책을 펴왔다. 고교 간 학력차이가 현격한데도 모든 학교의 내신 성적에 똑같은 점수를 부여하라고 대학에 강요해온 것도 그렇다. 이는 열심히 공부해 실력을 기른 학생들에 대한 역차별로 행복권이라는 기본권 침해이기도 하다. 이런 제도는 우수 인재 육성에 국운()을 걸다시피 하는 각국과 도저히 경쟁할 수 없도록 하는 정책이다. 정부는 그나마 변별력이 있었던 수능시험도 점수제를 없애고 등급제를 강행했다.

지난달 26일 발표된 기회균등할당제는 교육 포퓰리즘의 극치다. 대학 정원의 11%까지를 저소득층 학생 중에서 입학시킨다는 이 제도는 당장 학생 모집난을 겪고 있는 지방대의 반발을 불렀다. 수도권 편중 현상이 심해져 지방대는 고사()할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은 균등할당제를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로 정의했으나 그 배려가 약자 대학의 처지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 비경쟁적 특혜에 따라 좋은 대학에 간 학생들도 이런 수혜만으로 용이 될 수는 없다. 교육의 경쟁질서만 무너져 끝내는 한국교육 전체가 망가질 뿐이다.

교육의 정치화, 정략화는 이념 편중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교육계를 극한대립으로 몰아넣은 사립학교법 파동은 현 정권이 전교조 등 이념 편향적 단체의 주장을 수용해 강행한데서 비롯됐다. 전교조가 학교운영의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의도에 편승해 교육을 정치에 휘말리게 만든 것이다. 사학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일단 마무리됐지만 그동안 교육에 남긴 상처는 누가 보상할 것인가.

이 정권의 장기인 편 가르기는 교육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를 귀족학교로 몰아 각종 규제를 가했고 2005년 서울대와의 전면전을 선포하고 서울대를 강남 학생들이 가는 학교로 몰아세웠다. 학교와 학생들을 서울과 지방으로 나누고, 강남과 비()강남으로 편을 갈랐다.

세계가 인재를 키우느라 국력을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만이 정권의 단기적 인기를 노린 인재 발목 잡기에 매몰되어 있다. 한국의 입시방식에 실망한 학생들이 해외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신입생의 학력이 해마다 저하되는 현실에 교수들은 한숨짓고 있다. 특유의 교육열로 인재 양성을 통해 경제발전을 일궈온 한국의 성장 동력이 꺼져가고 있다.

일본 도쿄대의 고미야마 히로시 총장은 한번 무너진 교육시스템을 재건하는 데는 30, 40년이 걸린다고 내다봤다. 미국 하버드대의 하워드 가드너 교수는 대학의 주요 목적은 인재 양성이며 자율권이 주어져야 대학이 발전한다고 말했다. 노 정부는 교육의 정치화를 당장 전면 포기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