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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수출 노병

Posted May. 24, 200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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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바이어와 상담()까지 잘 마쳤는데 사후관리가 안 돼 결국 수출을 못 했어요. 작년 KOTRA가 주선한 시장개척단에 참여한 500개 중소업체 중 수출 상담을 한 업체는 90%가 넘었지만 그중 40%만이 계약을 성사시켰다. 계약 실패 이유로는 전문인력 부족, 언어 소통 어려움 등이 꼽혔다. 전체의 절반은 전문인력이 한 명도 없다고 했을 정도다. 수출로 일어선 나라에서 전문인력이 부족해 더 벌어들일 달러를 놓치고 있다니.

박광(59) 씨는 대우그룹에서 25년간 의류 전자 등을 담당했던 수출역군이다. 작년부터 수출 관련 컨설팅회사를 운영하면서 KOTRA에서 무역실무 강의도 한다. 그로선 중동과 유럽, 아시아를 누비며 바이어를 상대하면서 쌓은 노하우가 아깝기만 하다. 메이드 인 코리아만이 아니라 3국 간 거래에서 부가가치를 거두거나 현지 유통에 참여해 수익을 올리는 일 등 아이템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주먹이 운다.

KOTRA가 수출 애로를 호소하는 중소기업에 197080년대 수출역군의 현장 경험을 이어 주기로 했다. 찰떡궁합이다. 종합상사나 수출 기업, 수출 유관 기관에서 1020년 근무했던 평균연령 56세의 수출 노병() 50명이 수출 일선에 다시 선다. 신청자 200여 명 가운데 서류심사와 외국어 시험, 심층면접을 거쳐 선발됐다. 선발 기준엔 봉사정신도 들어있다. 월 활동비는 150만 원으로 이들의 호시절 판공비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왕년의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은 지원단원들은 22일 발족식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환하게 웃었다. 공짜 서비스는 귀하게 여기지 않을까 싶어 KOTRA는 지원 대상 150개 기업에 월 10만 원의 수수료를 내도록 했다. 지원단원은 다음 달 1일부터 한 사람이 3개 회사씩 맡아 36개월간 수출 지도에 나선다. 외국어 비즈니스 서신을 써 주는 것은 물론이고 국내외 출장도 가고 바이어 상담도 도와준다. KOTRA는 이들에게 결과로 말해 달라고 당부했다. 수출 현장 외에 여러 분야에서 이런 결합이 가능할 것 같다.

홍 권 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