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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새해 캘린더 코드는

Posted December. 28, 2005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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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몸 상태인 3명의 여성.

여인들의 나신()에는 하이트 로고가 커다랗게 박혀 있다.

하이트맥주의 2006년 달력은 한마디로 파격이다. 누드 문신을 소재로 했고 가로 60cm, 세로 90cm 크기의 달력 한 장에 1월부터 12월이 모두 들어가 있다는 점도 특이하다.

제작을 맡은 작가는 현대미술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김준 씨.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작업한 김 작가는 기존의 달력과는 달리 예술적으로 접근했다며 아주 흥미로운 작품이라고 자평()했다.

하이트맥주의 누드 달력은 이탈리아의 타이어 제조업체 피렐리가 제작하는 고품격 누드 달력을 표방한 것.

수만 달러를 주고 나오미 캠벨, 신디 크로퍼드 등 최고 모델과 최고 작가를 동원하는 피렐리의 달력은 마니아들의 수집 대상일 뿐 아니라 경매에서 비싼 값에 팔리기도 하는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국내 대기업들의 2006년 달력도 아트(Art) 캘린더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주요 콘셉트는 예술

장사란 이익을 남기기보다 사람을 남기기 위한 것이다. SK그룹이 만든 달력 첫 장에는 이런 문구가 나온다. 소설가 최인호의 상도()에서 주인공 임상옥이 아버지에게서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은 말이다.

SK는 문학 캘린더라는 독특한 영역을 개척해 왔다. 2003년에는 박경리의 토지, 지난해에는 박완서의 작품들, 올해에는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소재로 선택했다.

내년 달력에는 최인호의 상도를 골랐고 여기에 올해 새로 만든 SK의 행복 날개 로고를 처음으로 집어넣었다.

삼성그룹은 매년 VIP들에게 선물하는 고급 달력을 만든다.

올해에는 세계적인 비디오 예술가인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를 주제로 삼았다. 고급 종이재질인 아르셰를 써서 만든 이 비디오 아트 달력은 한장 한장이 하나의 예술작품 같은 품격을 지녔다.

한화그룹은 유명 사진작가인 이지누 씨가 한국의 꽃을 파노라마 형식으로 촬영한 사진을 썼다.

아시아나항공은 하늘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지구라는 주제로 독일 바바리아 주의 푸른 초원 등 세계 각국의 아름다운 풍경을 항공사진으로 촬영해 달력에 실었다.

마케팅의 주요 수단으로도 활용

사진에 조예가 깊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올해도 국내외에서 찍은 여행지 풍경 사진으로 새해 캘린더를 만들었다.

그가 외국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주한 외교사절 등 국내외 지인()들에게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을 달력으로 만들어 선물한 게 올해로 5년째.

내년 달력에는 미국 일본 스위스 프랑스 등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 12점이 소개됐다.

현대자동차는 16개 차종, 26장의 제품 사진을 달력에 넣어 기업 홍보 채널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만들었다.

기업들의 승진 인사가 몰려 있는 12월과 1월에는 에쿠스 등 중대형 차량을, 여름휴가 시즌인 7월과 8월에는 투싼, 싼타페 등 레저용차량(RV) 사진을 배치했다.



김상수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