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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게릭병 남영우-일우 형제의 슬픈 사연

Posted December. 26, 2005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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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간 루게릭병을 앓았던 영우 씨. 그는 황 교수 논문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이후 식사도 거른 채 이를 보도하는 TV와 신문, 인터넷을 찾아보며 표정이 점차 어두워져 갔다. 몸이 좋지 않다며 가족들에게도 말문을 닫은 영우 씨는 며칠 뒤인 21일 끝내 숨졌다.

충남 서천군의 한 인쇄공장을 다녔던 영우 씨는 9년 전부터 전동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해 왔다. 손가락 하나를 움직이는 데도 심한 고통이 뒤따랐지만 영우 씨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좋은 글과 그림, 음악 등을 올리며 웃음을 잃지 않았다.

얼굴 없는 스타였던 그가 인터넷에 루게릭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밝힌 것은 1년 전. 그의 투병사실이 알려지면서 아이러브황우석 회원들과의 교류가 시작됐다. 영우 씨는 올 4월 이 인터넷 카페의 운영진에 합류했다.

일우 씨는 추석 다음 날인 9월 19일 기쁜 소식이 있다며 소주 한잔 하자는 연락을 받고 형을 찾았다. 영우 씨는 들뜬 목소리로 황 교수에게서 10월 21일 만나자는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평소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았던 영우 씨는 얼큰하게 취해 동생에게 난치병 치료에 대한 기대를 털어놨다.

내 병을 고칠 수 있을까.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못했더라도 기꺼이 마루타가 되고 싶다. 당장에 내 병을 고치지 못해도 손해 볼 것 없잖아. 나로 인해 줄기세포 연구가 조금이라도 진척된다면 다른 난치병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테니까.

그러나 영우 씨는 황 교수와 만나지 못했다. 일우 씨는 형에게 황 교수를 왜 만나지 못했는지 묻고 싶었는데라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는 삶에 대한 의지가 누구보다 강했던 형이 숨지면서 내 병을 고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절망으로 바뀌면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우 씨는 형이 새로 산 셔츠와 바지를 보면서 희망을 이대로 접기엔 너무나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난치병 환자로서 줄기세포 연구가 성공했으면 하는 강한 기대 때문에 실망도 그만큼 컸지만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힘주어 말했다.

일우 씨의 희망은 아들, 딸이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지 않는 것. 영우 일우 씨의 아버지도 루게릭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어쩌면 제 병은 낫지 않을지 모르죠. 그러나 많은 연구자들이 노력해 준다면 다음 세대는 형이나 나와 같은 고통을 겪지는 않을 겁니다. 이제 그분들이 우리 모두의 희망이 돼 줬으면 합니다.



윤완준 문병기 zeitung@donga.com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