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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핵분열 심상찮다

Posted October. 08, 2005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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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의 대규모 대북() 지원 방침이 6자회담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의 발언으로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한미 양국의 근본적인 시각차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힐 차관보의 발언은 그동안 양국이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과 경수로 문제를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도 표면적으로는 양국 공조에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취해 왔던 것과는 궤를 달리한다.

미국의 고위 당국자가 이처럼 분명히 한국의 대북정책에 이의를 제기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북핵 문제에 대한 한미의 이견은 비밀이 아니다. 한국은 북한이 일단 핵 폐기를 약속했으니 대규모 지원에 조속히 나설 조건이 충족됐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미국은 대북 지원 카드를 향후 북한의 핵 폐기를 유도하는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미국은 북한이 선() 경수로 제공 없이는 핵 폐기를 할 수 없다고 무리한 주장을 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대규모 대북 지원 의사를 천명한 것은 북한의 보상 기대심리만 높이고 미국 측의 협상력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이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제3의 중재자 역할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갖고 있는 실정이다.

힐 차관보가 지난달 29일 한국 외교관도 참석한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초청 연설회에서 한국의 대북정책을 비판한 것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한국에 넌지시 전하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일 수도 있다.

그의 발언은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달 4차 6자회담 타결 직후 대규모 대북 지원 계획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도 풀이될 수 있다. 한국 정부가 그의 발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힐 차관보는 4차 6자회담 타결 이후 북-미 간 뉴욕채널이 가동됐다고 밝혔으나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한미 간의 정보 제공이 원활치 않다는 추측을 낳는 대목이다.

다음 달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북한 최고 지도부를 초청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부 당국자가 7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정리하긴 했지만 한국은 그동안 몇 차례나 추진 의사를 밝혀 왔다.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중요한 전기가 될 수도 있는 문제임에도 미국과 협의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북-미 협상에 앞서 한미의 이견부터 해소하지 않으면 앞으로 북핵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힐 차관보의 발언 이후 미 국무부가 한국은 미국이 (6자회담에서) 이룬 결과에 값진 기여를 했다고 거듭 강조한 것을 놓고 정부가 미국과의 의사소통에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주장한다면 양국의 이견이 보다 심각한 국면으로 치달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윤종구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