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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신분세습

Posted October. 03, 2005 03:16,   

日本語

해외 영어 연수요? 꿈도 못 꿉니다. 이 동네는 영어전문학원 하나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보면 가슴이 메어집니다.

경기 파주시 교하읍 심학초등학교 이광로() 교사는 한 반에 한두 명 정도가 학습지로 영어 공부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서울 서초구 잠원동 H아파트 단지는 입구마다 가정방문 영어, 원어민과 일대일 대화. 해외 유학 효과라고 요란하게 적힌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 최근 서울 강남 일대에서 급격히 유행하고 있는 튜터(tutor) 식 영어학습 광고다.

원어민이 가정을 방문해 일대일로 영어를 가르친다. 보통 1시간에 3만5만 원, 많게는 시간당 20만 원까지 받는다.

영어 교육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에 따른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른바 잉글리시 디바이드(English Divide영어 격차)가 한국 사회의 계층 분열을 심화시킨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녀에 대한 영어 교육 투자를 통해 사회적 신분과 부()가 대물림되고 가난한 계층의 소외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교육인적자원부 국감 자료에 따르면 올해 여름방학을 이용해 30일 이상 해외에서 어학연수를 한 초중고교생은 모두 7481명. 이 가운데 서울 지역 학생이 2640명으로 전체의 35.3%를 차지했다. 특히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학생만 796명으로 광주와 전남북을 다 합친 372명의 2배를 넘었다.

베스트셀러 10년 후 한국의 저자인 공병호() 박사는 영어는 국가경쟁력과 직결되면서도 사회 내부적으로 신분을 세습하고 불평등 구조를 고착화하고 있다며 한국의 영어교육은 거의 전적으로 개인 책임으로 방치돼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한국 국민이 영어와 관련해 쏟아 부은 돈은 천문학적이다.

한국은행의 최근 추산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 등 영어권 국가에 집중된 해외 유학연수비가 약 7조3800억 원(동반가족 생활비 등 포함)이었고 토익 토플 응시료로 지출한 비용이 684억 원이었다. 어린이전문 영어학원 등 사교육 시장도 4조5조 원대에 이른다는 것이 업계의 추산이다.

올해 들어서도 8월 한 달 동안의 유학연수비가 월간 사상 최대 규모인 4억1000만 달러(약 4264억 원)를 기록했다.

서울시교육청 최춘옥() 장학사는 잉글리시 디바이드를 줄이기 위해 교육 여건이 뒤떨어진 지역부터 영어 원어민 교사를 우선 배치하고 있지만 대상 학교 수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추가로 필요해 어려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