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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총리의 주말농장

Posted September. 15, 2005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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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스러운 좌파. 독일 좌파연합의 총리후보 오스카어 라퐁텐에게 붙은 별명이다. 입만 열면 사회 양극화를 비판하고 더 많은 복지정책만이 노동자와 독일경제를 구할 수 있다고 외치던 그가 일주일에 3700달러나 하는 스페인의 해변 빌라에서 호화판 휴가를 보낸 사실이 드러나서다. 집권에 사활()을 건 여당이나 제1야당에 비해 지지율 10%의 그는 행복한 포퓰리스트일 뿐이다. 유세장에선 여기 사치스러운 양복에, 사치스러운 넥타이에, 사치스러운 속옷을 입은 사치스러운 좌파가 왔습니다 하고 정직한 넉살까지 떤다.

이해찬 총리의 정직성은 모르겠으되 넉살은 없는 것 같다. 2002년 1억6500만 원에 산 경기 안산시 대부도의 포도밭 683평이 지금 잡초만 무성하다고 한다. 지난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 총리는 주말에 가서 채소도 가꿀 예정이라고 했다. 이번에는 총리실을 통해 바빠서 자주 못 갔을 뿐이라고 답했다. 대형 산불이 났을 때도 골프 치러 가던 총리가 바빠서 직접 해명할 수 없는 모양이다. 라퐁텐 정도의 넉살이 있다면 행차 때마다 여기 바쁜 총리가 왔습니다 할 텐데.

부동산 투자와 투기를 구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내가 하면 투자, 남이 하면 투기다. 인사청문회 때 이 총리는 팔 생각이 없는데 무슨 투기냐고 했다. 이번에도 총리실은 절대 투기 목적으로 산 게 아니다고 주장한다. 그새 땅값은 2배나 올랐다. 이 총리는 부동산 투기로 인한 불로소득은 서민의 삶을 빼앗는 사회적으로 암적인 존재라고도 말했었다. 국민이 땅을 사면 부동산 투기고, 총리가 땅을 사면 주말농장인가.

이 총리가 보호하겠다는 서민들은 5평짜리 주말농장을 빌릴 수만 있어도 한껏 행복해 하는 사람들이다. 포도농사를 지으면 1년에 2000만 원씩 수익이 나는데도 수백 평의 땅을 놀릴 만큼 사치스럽지 못하다. 사회정의와 통합을 부르짖으며 당신들만의 정의와 빈곤의 통합만을 가져오는 정책이야말로 진짜 암적 존재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