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에도 한류()가 있었다. 1600여 년 전인 397년 한자를 일본에 전한 백제의 왕인() 박사는 일본 고대문화인 아스카()문화의 창시자다. 논어와 천자문 외에 도자기공, 기와공, 직조공을 데리고 건너간 왕인 박사는 일본 태자의 스승이 돼 일본인들에게 글과 기술은 물론 인륜()까지 가르쳤다. 오늘 한류의 바탕은 대중문화지만 왕인 박사가 전한 한류는 일본의 문화사를 바꾼 고급 문화였다.
왕인 박사의 업적을 기리는 행사는 한일 양국에서 매년 열린다. 그의 고향인 전남 영암에서는 올해도 4월 초 왕인문화축제가 열려 90여만 명의 관광객이 몰렸다. 작년에는 일본 관광객이 1만여 명 가까이 참가했으나 올해는 독도영유권 문제를 둘러싼 외교 갈등 탓에 일반 일본 관광객이 200명 선에 불과했다고 한다.
일본 오사카()에서는 매년 11월 3일 사천왕사 왔소 축제가 열린다. 1990년부터 시작된 이 축제는 왕인 박사를 비롯해 일본에 문물을 전한 이른바 도래인()들의 행차를 재현한 가장행렬. 행렬이 오사카 번화가를 관통해 사천왕사에 이르는 동안 형형색색의 고대 복장을 한 4000여 명의 참가자들과 연도의 40만 인파는 일제히 왓쇼이라는 구호를 외친다. 왔소라는 한국말이 어원이라는 게 통설이다. 행사는 후원자였던 신한은행 창립자 이희건() 씨 소유의 간사이()흥은이 부도나는 바람에 2001년부터 2년간 중단됐다가 2003년부터 재개됐다.
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이 탄생시킨 광우병에 안 걸리는 소가 어제 일본에 건너갔다. 아직 최종 검증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2000억 원을 들여 연구시설을 만들어 놓고도 광우병에 내성()이 있는 소가 없어 개점휴업 중이던 일본 과학계로서는 충격인 모양이다. 황 교수팀은 21세기의 왕인이 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100여 년 뒤 왔소 축제에는 광우병 내성소를 안고 있는 황 교수 팀이 가장행렬에 포함될지 기대된다.
이 동 관 논설위원 dk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