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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을 청소한다고? 글쎄요

Posted April. 10, 2005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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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 조모(35) 씨는 지난달 인터넷 쇼핑몰에서 간 청소 기능이 있다는 음료를 9만 원에 구입했다. 직장동료를 통해 알게 된 이른바 디톡스(detox) 치료를 해보려 한 것. 그러나 조 씨는 음료를 마신 이틀 내내 심한 설사가 멈추지 않아 결국 병원을 찾았다.

참살이(웰빙) 바람과 함께 몸속의 독성 물질을 솎아낸다는 디톡스 건강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간 또는 장 청소를 돕는다는 디톡스 식품 광고는 TV와 인터넷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디톡스가 뭡니까

디톡스 건강법은 몸 밖에서 들어왔거나 몸 안에서 만들어진 유독 물질의 독성을 없애는 것이다. 디톡스 식품도 간의 해독작용과 신장의 노폐물 배설작용을 돕는 효과를 강조한다.

간 청소 음료는 가장 흔한 디톡스 식품. 올리브기름과 변비약 성분인 황산마그네슘 등이 들어있다. 판매업체들은 이 음료를 마시면 다음날 콜레스테롤 담석이 배설돼 지방간을 예방한다고 말한다.

몸속 독성 물질을 빨아들인다며 소나무 숯가루를 디톡스 식품으로 먹는 사람도 있다. 디톡스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는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거나 과음한 다음날 숯가루 한 숟갈을 물과 함께 먹으면 속이 상쾌해진다는 등 숯가루의 효과에 대한 글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숯가루 디톡스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숯가루 입자에 무수히 뚫린 작은 구멍에 장 속 단백질과 지방 찌꺼기, 중금속이 붙어 내장이 청소된다고 설명한다. 변비를 막기 위해 올리브유를 약간 섞거나 물을 충분히 마시라고 권하기도 한다.

의학적 효과 검증 안돼

현대의학은 디톡스 건강법에서 말하는 독소의 개념이 애매하다고 지적한다. 암과 노화의 원인이 되는 독성물질로 알려진 활성산소는 강한 살균작용으로 몸속 병원체나 이물질을 제거하는 이로운 역할도 한다. 인위적인 해독의 대상을 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간을 청소하고 대장 벽에 엉겨 붙은 숙변을 없앤다고 변비약을 계속 섭취하면 오히려 건강을 망칠 수 있다. 변비가 심하지 않은 사람이 변비약을 계속 먹으면 정상적인 배변 기능이 망가져 나중에 변비가 심해져도 약이 듣지 않게 될 위험이 크다.

숯가루 디톡스는 독극물을 삼킨 사람의 응급조치 때 흡착력이 뛰어난 활성탄을 먹게 하는 원리와 같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조금씩 몸속으로 들어온 독소를 없애는 데 습관적인 숯가루 복용이 효과적인지에 대해서는 의학적으로 검증된 바 없다.

디톡스 기능을 강화했다는 생식 제품도 있다. 엉겅퀴와 브로콜리 싹이 들어있어 몸속 독소 배출을 돕는다는 것. 그러나 생식은 건강기능식품 심사대상이 아니어서 효과에 대한 검증이 없다.

디톡스엔 운동이 최고

우리 몸은 해로운 물질을 어느 정도는 스스로 없앨 수 있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비타민과 베타카로틴 등 항산화물질이 풍부한 과일과 채소, 적당한 운동이 가장 좋은 디톡스 건강법이다. 강장제 한 알을 더한다면 힘들여 간을 청소하지 않아도 지방간을 예방할 수 있다.

(도움말=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유태우 교수,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박용우 교수,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



손택균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