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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는 장식용?

Posted January. 24, 2003 22:38,   

농협 현금카드 위조 인출사건에 연루된 중국동포 2명은 현금인출기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찍힌 자신들의 얼굴이 언론에 보도되자 겁을 먹고 자수했다. 각종 사고에 대비한 금융기관의 CCTV가 제몫을 해낸 것.

그러나 이는 매우 이례적인 경우에 속한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현재 금융기관 개인기업 아파트 등에서 운용하고 있는 CCTV는 허술하기 짝이 없어 제대로 범죄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전면적인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태=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 현금인출기 CCTV 사진을 판독해 불법 인출자가 4명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러나 경찰이 입수한 CCTV 25대의 사진 가운데 얼굴을 제대로 구별할 수 있는 것은 4장뿐이었다. 결과적으로 16%의 CCTV만이 제대로 작동한 셈이 된다.

경기 광명경찰서 우종수() 형사과장은 CCTV로 촬영된 사진의 화질이 너무 안 좋았다. 얼굴을 알아볼 수 있게 각도가 설정된 CCTV 카메라도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19일 오전 6시경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국철 신도림역 승강장 선로에서 발생한 대학생 심모씨(28)의 추락사고도 CCTV의 허점을 드러낸 예.

경찰은 심씨가 술에 취해 몸의 중심을 잃고 선로에 떨어져 열차에 치였다고 추정했지만 유족들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결정적 증거가 될 승강장 CCTV는 당시 상황을 녹화하지 않았다. 역 관계자는 승강장 CCTV는 모니터용이기 때문에 보관용 녹화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녹화를 했더라면 사인을 밝힐 수 있었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문제점=금융기관 등에 설치된 대부분의 CCTV는 아날로그 녹화 방식. 그러나 테이프 비용을 아끼기 위해 테이프를 지웠다 다시 쓰는 일이 반복되면서 화질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통상 2시간짜리 테이프는 18회 정도 지우고 녹화하는 일을 반복하면 화질이 떨어져 교체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금융기관은 168시간(84회) 정도 사용중이며 일부 기관은 480회까지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CCTV의 촬영각도를 잘못 맞춰 역광()이 생기면서 얼굴 자체가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한 CCTV 설치업체 관계자는 3, 4년 전에 설치된 금융기관이나 관공서의 CCTV는 사실상 녹화가 제대로 안 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안=보안전문가들은 금융기관들이 좀 더 CCTV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또 수십 곳의 현장을 동시 녹화할 수 있는 디지털 방식(DVR)의 CCTV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경찰청은 지난해 9월 말 전북 전주시의 파출소에서 발생한 경찰관 피살사건 당시 CCTV가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자 2개월 뒤 전국 3209개 파출소와 분소에 설치된 아날로그 테이프 녹화 방식의 CCTV를 디지털 방식으로 교체하기도 했다.

한국민간경비학회 이윤근(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회장은 한국 금융기관은 도난을 당해도 보험회사가 다 보상해준다는 생각에서 기존 CCTV의 테이프 교체와 기기 관리에 소홀한 경향이 있다며 고객과 시민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가 아쉽다고 말했다.



민동용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