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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님이 오늘 또 무슨말 할까

Posted July. 28, 2002 22:24,   

이명박() 서울시장이 이달 초 취임한 이후 행정체계를 무시한 돌출 발언과 주요 정책의 즉흥적 발표 등을 계속해 서울시 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장이 조직과 시스템에 의해 시정을 펴나가는 것이 아니라 인기를 의식한 즉흥 행정을 계속하면 시정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신뢰가 상실돼 결국 시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즉흥 행정 사례이 시장은 26일 YTN의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해 주5일 근무제 확산에 따라 토요일 남산 1, 3호 터널을 통과하는 차량에 부과되는 혼잡통행료를 면제할 것을 검토중이며, 9월로 예정된 지하철 요금 인상도 내년 초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실무자들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는 19일 교통수요 억제 정책의 하나로 현행 오후 3시까지인 토요일 혼잡통행료 징수시간대를 오후 6시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불과 닷새만인 24일에는 현행대로 유지하겠다고 번복한 바 있다.

또 9월부터 지하철 구간별 기본요금을 100원씩 인상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된 것도 16일로 불과 열흘 전 일이다. 지하철 요금 인상은 전임 고건() 시장 시절인 1999년 지하철 부채관리 특별대책에 따라 2년마다 한 번씩 9월에 올리기로 한 것인데 이 시장은 이를 뒤집은 것이다.

이 시장은 또 취임 직전인 6월 30일 시민의 날인 10월 28일까지 시청 앞에 9500(2879평) 규모의 시민광장을 조성하겠다고 밝혔으나 최근 충분한 시민의견 수렴 등을 위해 완공시기를 늦추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서울시는 이와 함께 최근 화장료와 납골료, 상수도 요금 등의 경우 인상 요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적자를 감수하거나 운영 효율화를 통해 인상분을 소화하겠다며 선심성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일선 공무원 반응이 같은 일이 이어지자 최근 서울시 담당자들은 실무 차원에서 할 얘기가 없다거나 함구령이 떨어졌다며 입을 다물고 있다. 또 같은 과 내에서도 담당 직원과 과장이 상반된 입장을 밝히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서울시 공무원은 무엇보다 시민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교통행정 등은 1000만 시민에게 혼란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며 더 큰 문제는 이런 일이 반복되면 서울시 각 부서의 업무가 갈수록 이 시장의 입만 바라보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화장료와 상수도 요금 등의 인상을 보류한다는 방침에 대해서도 일선 공무원들은 시민 부담을 줄인다는 점에서는 환영할 일이지만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재정문제 등을 제대로 검토해본 것인지 걱정스럽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그동안 시스템 위주로 돌아가도록 체질 개선을 한 것으로 평가되는 서울시가 다시 복마전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한 서울시 공무원은 최고경영자(CEO) 시장이란 조직 전체가 효율적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경영자이지 19601970년대처럼 무조건 나를 따르라는 식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서영아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