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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 정 마음으로 통해요

Posted May. 13, 2001 10:33,   

스승의 날이 괴로워요즘 인터넷 교육사이트 자유게시판를 돌아보면 단연 스승의 날 선물이 화두().

두 자녀를 초등학교에 보내는 고민이라는 필명의 학부모는 지금까지는 꽃과 감사 카드를 보내는데 그쳤지만 언제나 내 아이가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썼다.

이에 대해 허허교사 등 현직 교사들은 하나같이 비싼 선물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응답. 창원 봉림초등학교 박종국 교사는 제발 이름도 밝히지 않고 선생들이 다 그렇지하는 식으로 교사들을 매도하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어린이의 글. 저희들도 다 알아요. 어떤 애는요, 엄마가 와서 선생님에게 돈을 준 뒤로 왕따당해요. 그 애랑 친했는데.

학교도 쉰다15일 서울의 경우 536개 초등학교 가운데 무려 216곳이 휴교한다.

서울 남부교육청 산하 57개 초등학교는 학교장회의 결과 스승의 날 거의 모두 쉬기로 했다. 영등포구 신길동 영신초등학교는 아예 1416일 3일 휴교를 결정했다. 이 학교 양희석교장은 차라리 쉬는 것이 선생님들도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군자초등학교도 14, 15일 이틀간 쉰다. 학기초 전체 학부모들에게 언제를 자율 방학일로 할지를 물었더니 80% 이상이 14, 15일이라고 대답했기 때문.

중고등학교는 대부분 수업은 하지 않고 간단한 행사만 치른 뒤 은사 찾아뵙기 등의 명목으로 조기 귀가시킨다.

우리는 당당하게 보내요스승의 날은 과연 이렇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까. 서울 용산구 원효로3가 성심여고를 보면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학생들이 선생님께 깜짝 이벤트를 열어 주는 오랜 전통 때문에 개별적으로 선물을 할 분위기가 애당초 안된다. 지난해에는 교문에서 교무실까지 꽃마차를 태워드렸다. 올해는 방송반에서 선생님들의 옛날 사진과 현재 수업 모습 등을 촬영해 코믹 터치로 편집, 전교생 앞에서 방영할 예정이다. 이밖에 종이장미와 양초, 특별 공연도 선생님들을 위해 준비한 선물. 양초는 나의 세상을 밝게 채워 주는 선생님께 감사드린다는 의미다.

학생회장 조정은양은 사제지간의 정이 사라졌다는 말은 우리 학교에서는 통하지 않는다고 자랑했다.



정경준 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