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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메이드 인 코리아'의 비애

Posted February. 13, 2001 11:13,   

시카고 세계오토쇼가 열리고 있는 매카믹 컨벤션센터. 9일(한국 시간) 현대자동차가 처음으로 공개하는 월드스포츠카(프로젝트명 HDC6)의 베일이 벗겨지는 순간.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취재진 300여명의 눈과 귀는 일제히 이 차에 쏠렸다. 세계 시장을 겨냥한 화려한 외출이 시작된 것. 행사장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현대차 기술부문의 최고경영자는 이렇게 내뱉었다.

화려하게 보이겠지만 저 커튼이 벗겨지는 순간 이 차가 가지고 있는 실제 가치의 20%는 공중으로 날아가 버립니다.

기자는 그 말에 당혹스러웠다. 취재진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계기로 주목을 받아도 시원치 않을 판인데 오히려 가치가 허공으로 사라진다니 말이다.

블라인드 테스트(커튼을 가리고 하는 실험)를 할 경우 우리 차가 미국, 유럽 차들보다 성능면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는 경우가 실제로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커튼이 벗겨지고 현대 마크가 선명히 드러나면 차 가치의 20%는 순식간에 달아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현대 캘리포니아연구소의 다른 관계자는 이 같은 말을 보탰다. 미국시장에서 굳건히 뿌리를 내린 도요타자동차를 미국인들은 더 이상 일본차라고 부르지 않는다고도 했다.

시카고에서 만난 한국자동차 종사자들은 이처럼 메이드 인 코리아 차의 비애를 강조했다. 세계 자동차시장에서는 벌써 신 20 대 80의 법칙이 횡행하고 있다는 것이 골자다. 선두를 형성하는 20%그룹에 속하지 못할 경우 실제 가치가 싹둑 잘려나간다는 것. 그나마 실가치의 80% 가격으로라도 해외시장에 팔려면 허리를 굽실거려야 하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라는 얘기다.

정몽구 현대기아차회장은 최근 전미 자동차딜러들이 주는 공헌상을 받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를 계기로 한국자동차의 브랜드가치가 한 단계 높아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의례적인 인사말로 흘려버릴 수도 있겠지만 곱씹을수록 처절하게 들리는 것은 왜일까.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