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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대 겉핥기 실습” vs “2년내 개선”

“지방의대 겉핥기 실습” vs “2년내 개선”

Posted March. 18, 2024 08:52,   

Updated March. 18, 2024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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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충북 청주시 충북대 의과대학 본관 4층 ‘첨단·안전 환경 해부학 실습실’. 철제 실습대 10개가 놓여 있었고 벽과 천장에는 모니터와 수술등이 매달려 있었다. 해부학은 생리학과 함께 의대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 과목 중 하나다. 본과 1학년 학생들은 인체 해부를 배우기 위해 6∼8명씩 조를 짜고 카데바(해부용 시신)를 실습한다. 교수가 먼저 시범을 보이면 학생들은 실습실 중앙에 있는 대형 스크린과 개별 모니터를 보고 따라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날은 학생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해 집단 휴학계를 내고 나오지 않아 새 학기 수강생으로 붐벼야 할 실습실은 조용하기만 했다.

충북대 의대 관계자는 “의대 정원이 확대되면 조별 인원이 3∼4배 이상 늘어날 수밖에 없어 ‘겉핥기 실습’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실습용 시신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의대 정원만 늘리면 서남대 의대처럼 카데바 한 구당 학생 30∼40명이 실습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14∼15일 현 입학정원의 2배 이상 증원을 신청한 거점 국립대인 충북대와 부산대를 찾아 의대 교육 현장을 살펴봤다. 이달 4일 교육부의 의대 증원 신청 마감에서 충북대는 현 정원 49명에서 250명으로, 부산대는 125명에서 250명으로 늘려 달라고 했다.

의대 교수들은 당장 2025학년도부터 정원이 급격하게 늘어나면 현재 소규모 토론과 실습 위주로 진행되는 수업이 대부분 대형 강의로 변경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찬수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급격하게 증원을 하면 1980년대식 교육은 가능하겠지만 미래지향적인 교육은 하기 어렵다”며 “실습 환경 악화 등으로 의대생들 사이에서도 교육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교육의 질’ 저하 우려에 대해 “증원을 해도 의학교육 평가인증 기준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것으로 이미 확인했다”며 “분반 수업과 교과과정 조정 등으로 부족한 교육 인프라를 확충할 시간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청주=조유라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