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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史의 완숙미, 165년 잠에서 깨다… 日교토대서 수천점 발견

秋史의 완숙미, 165년 잠에서 깨다… 日교토대서 수천점 발견

Posted February. 27, 2017 08:33,   

Updated February. 27, 201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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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물’이 긴 잠에서 깼다.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해외한국학자료센터는 12∼19일 일본 교토대 서고를 조사해 추사 김정희(1786∼1856)의 친필 시첩을 비롯해 조선 후기 문화의 정수가 담긴 귀중 고문헌과 서화 400여 종 수천 점을 발견했다. 귀중본이 이처럼 다량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으로 해외한국학자료 조사 사업(한국학중앙연구원 지원)의 쾌거로 평가된다.

 이번에 발견된 자료 중 ‘노설첩(노舌帖)’은 추사가 함경도 북청 유배생활을 마치고 과천에 은거 중이던 1852년 자신의 시 석노시(石노詩)와 영백설조(詠百舌鳥)를 행서로 쓴 것이다. 고려대를 통해 사진을 확인한 대표적 추사 연구가 박철상 씨(50)는 “추사 말년의 완숙한 글씨”라며 “줄을 치고 쓴 것으로 보아 추사가 (잘 쓰겠다고) 마음먹고 선물용으로 쓴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교토대는 물론 국내에서도 존재를 몰랐거나 목록에 이름만 올라 있던 자료들이 상당수 발견됐다. 다산 정약용(1762∼1836)의 대표 저서 중 하나인 경세유표 가장본(家藏本·다산 집안에 소장됐던 본) 11책도 자료 목록에는 없었으나 이번 조사에서 먼지 덮인 상자 속에서 발견됐다. 다산 저작집 연구로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김보름 씨는 “상단의 주석은 다산 본인이나 제자, 적어도 후손이 썼을 것으로 보이며 내용으로 보아 기존 경세유표 가장본들보다 이른 시기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1936년 신조선사에서 다산의 전집을 간행할 때에도 참고하지 못한 자료로 보인다.

 영조 시기 영의정을 지낸 김재로(1682∼1759)가 전국의 비문을 탁본해 편찬한 금석집첩(金石集帖)의 전모도 드러났다. 이번에 발견된 금석집첩은 219책으로 탁본이 최소한 2000점이 넘고, 지금은 사라졌거나 마모돼 내용을 파악할 수 없는 비문도 상당수 있다. 김재로의 금석집첩은 현재 서울대 규장각에 39책이 있으며, 과거 국사편찬위의 교토대 조사에서는 존재만 알려져 있던 것이다.

 조선 초기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묘법연화경 두루마리도 발견됐다. 국내에 있는 고려 시대 묘법연화경 4권은 모두 보물로 지정돼 있다.

 이 밖에 한성부 물가 정책, 현재의 조달청 격인 선혜청의 자료 등 조선 경제사 연구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상업 문서 5000여 점도 발견됐다. 해외한국학자료센터장인 정우봉 고려대 국문학과 교수는 “문헌뿐 아니라 서화 등 귀중본이 이처럼 다량으로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향후 수십 년간 한국학의 연구 소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종엽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