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멘토는 매카시즘 앞장 ‘악마의 변호사’

　“매카시의 귀에 악명 높은 속삭임을 했던 그 변호사가 트럼프의 귀에 똑같은 속삭임을 했다. 그것도 13년간.”

　미국 유력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멘토가 1950년대 매카시즘의 광풍을 불러일으켰던 조지프 매카시 상원의원 보좌관 출신의 변호사 로이 콘(1927∼1986)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20일 보도했다. 트럼프는 콘이 남긴 ‘마지막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콘은 1960, 70년대 뉴욕에서 ‘악마의 변호사’로 유명했다. 마피아 두목이나 돈 많은 유명인사들의 변론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젊은 날에는 더 악명을 떨쳤다.

　그는 1951년 소련에 원자폭탄 설계도를 넘긴 혐의로 체포된 로젠버그 부부를 기소해 유죄 판결을 이끌어내면서 유명해졌다. 이 일로 연방수사국(FBI) 에드거 후버 국장의 눈에 띤 콘은 후버의 추천으로 ‘빨갱이 사냥’을 벌이던 매카시의 수석 보좌관으로 발탁됐다. 이후 매카시의 눈과 귀가 돼 매카시즘을 절정으로 몰고 가던 콘은 국방부 내 공산주의자 색출에 나섰다가 역풍을 맞고 물러난 뒤 고향인 뉴욕으로 돌아와 변호사가 됐다.

　뉴욕에서 부동산 사업을 막 시작한 트럼프는 1973년 아버지의 소개로 열아홉 살 연상의 콘을 만난다. 이후 콘은 흑인에 대한 임대를 고의적으로 회피했다는 소송부터 트럼프가 첫 아내 이바나와 결혼할 때 ‘이혼 시 트럼프로부터 받은 모든 재산을 포기한다’는 결혼 전 각서 작성까지 트럼프의 골치 아픈 뒤치다꺼리를 도맡았다.

　두 사람은 의뢰인과 변호인의 관계를 넘어 단짝이 됐다. 하루에도 다섯 차례 이상 통화를 하고 당시 유명 디스코텍이던 ‘르 클럽’의 단골로 생일파티도 함께했다. 　둘 사이엔 비밀도 없었다. 놀랍게도 콘은 동성애자로 1986년 사망 사유도 에이즈였다. 극소수만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트럼프도 그중 한 명이었다. 　콘은 죽기 두 달 전 과거 자신이 저지른 비리들이 들통 나 변호사 자격이 박탈됐다. 트럼프는 당시 콘을 위해 증언대에 섰다. 트럼프는 지금도 콘의 사진을 사무실에 걸어두고 “로이는 하나의 시대(an era)였으며 그가 죽음으로써 하나의 시대가 사라졌다”며 그를 그리워하고 있다.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