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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굴욕...영의회연설서 박수 한 번 못받아

시진핑의 굴욕...영의회연설서 박수 한 번 못받아

Posted October. 22, 2015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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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첫 영국 방문에서 열렬한 환대를 받고 있지만 20일 중국 지도자로서는 처음 한 역사적인 의회 연설에서 법치를 강조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시 주석이 영국이 가장 오랜 의회제 국가지만 중국은 2000년 전부터 법치를 시행했다고 말한 대목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국민의 손에 권력이 있고 법치로 운영되는 영국 시스템과 사회주의 법에 기반을 둔 중국식 모델을 비교한 것은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일부 의원은 근대 민주 헌법의 초석으로 평가받는 마그나 카르타(대헌장)가 제정 800주년을 맞아 중국 순회전에 들어갔지만 베이징 런민()대에서 전시 전날 갑자기 취소되고 광저우() 같은 지방 도시의 영국총영사관에서 전시되는 점을 들면서 중국이 법치와 민주주의를 강조할 자격이 있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시 주석은 셰익스피어의 말을 인용하고 중국과 영국이 2차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협력했다는 것을 강조했지만 자신이 서 있는 곳이 아편전쟁을 승인한 곳이라는 점은 언급하지 않아 과거사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언급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영국 의원들은 11분 동안 진행된 연설 도중 한 번도 박수를 치지 않았고 끝난 후에 기립 박수도 없었다. FT는 시 주석이 의회제의 요람에서 어색한 순간을 맞았다고 전했다.

이날 의회 연설은 시작부터 어색했다. 존 버커우 하원 의장이 시 주석을 소개하면서 이곳에는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미얀마의 아웅산 수지 여사도 섰으며 다음 달에는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설 것이라며 수지 여사를 인권의 상징으로, 인도를 세계 최대의 민주국가로 치켜세우는 대신 중국에 대해서는 강한 국가만이 아니라 도덕적 영감을 주는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20일 저녁 버킹엄 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1997년 홍콩을 반환하면서 했던 홍콩 자치 보장에 대한 약속을 지켜 달라고 해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부분을 건드리기도 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여왕이 중국 칭찬 일변도의 분위기에 균형을 잡았다고 전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공식 회담이 아닌 비공개 회담에서 인권 등 모든 현안을 얘기하겠다고 말했다가 노동당의 폴 플린 의원으로부터 자신을 문 개의 손을 핥는 행동이라는 막말을 들었다. 총리는 시 주석 연설 때 동시통역기를 차지 않아 일부러 듣고 싶지 않아서 그랬던 것 아니냐는 구설에 휩싸였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