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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 분노 무력감피해가족 무너진 멘털 방치하면 위험

좌절 분노 무력감피해가족 무너진 멘털 방치하면 위험

Posted April. 22, 2014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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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가 6일째에 접어들면서 피해자 가족들의 건강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아직 시신을 발견하지 못한 실종자 가족은 체육관에 모여 밤을 지새우며 탈진과 불면증, 우울증 등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며칠간 쉬지 않고 울거나 흥분 상태를 지속한 피해자 가족 다수가 탈진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진 상태에 빠지면 좌절에 대한 두려움으로 무기력증에 빠지고 쉽게 절망감을 느끼게 되므로 치료가 절실하다.

홍진표 서울 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심할 경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고 스스로를 비난하는 상태까지 이를 수 있다며 특히 실종자 가족들은 우리 애가 저 배 안에서 죽어가고 있는데 부모로서 해줄 게 없다는 무기력감, 정부를 향한 분노 등이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이 분노심이 자신을 향해 돌아와 본인을 원망하게 되면 더 괴로워질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잠을 제대로 못 자는 상황도 탈진 증상을 부르는 주된 원인 중 하나다. 신홍범 코모키수면센터 원장은 급성 스트레스 상황에 처하면 식욕 저하, 불안증상 등과 함께 불면증을 호소할 수 있다며 오랜 기간 숙면을 못하면 탈진에 이르는 등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원장은 현재 유가족들, 실종자 가족들의 심적 상태가 좋지 않아 약을 먹고 나아야겠다고 생각하기 힘들다며 수면제, 항불안제 등 약물 치료를 적극적으로 해서라도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더구나 사고 직후의 스트레스 장애를 방치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이어질 수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측에 따르면 PTSD는 제때 치료받지 못할 경우 사고 후 10년이 지나도 40%가량은 회복되지 않고 만성화될 수 있다.

안석균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급성 스트레스처럼 한 달 사이에 회복될 수도 있지만 사람마다 회복 탄력성이 달라 증상은 다양하다며 정확한 진단을 위해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한 시간 이상은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극도의 긴장 상태와 스트레스 장애 등을 줄이려면 심리 치료와 같은 감정을 다스리는 일이 절실하다. 홍 교수는 비슷한 단계의 스트레스성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끼리 모여 그룹 치료를 받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며 부모가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도록 부모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지연 lima@donga.com곽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