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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통령-재계 긴장모드 끝내나

Posted August. 26, 2013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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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8일 10대 그룹 총수를 청와대로 초청한 것은 하반기(712월) 경제 활성화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는 동시에 총수들에게 투자와 고용을 통해 경제 살리기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하기 위해서다.

대기업 총수들은 이 자리에서 정부 정책에 적극 보조를 맞추겠다고 화답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주요 그룹들은 계열사의 투자 진행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현황을 점검하며 간담회 참석을 준비했다.

재계는 우선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서도 올해 초 발표한 투자 계획을 예정대로 충실히 실행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과 LG그룹은 연초 올해 사상 최대의 투자 계획을 밝혔으며, 현대자동차와 SK그룹도 작년 수준이거나 소폭 늘어난 투자 계획을 밝히며 경제 살리기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올해 경기 상황이 불투명하고 각종 규제로 인한 불안감이 커 예정보다 투자 속도를 늦춰왔다. 한 그룹 관계자는 대통령 오찬에 맞춰 새로운 투자 프로젝트를 발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번 간담회에서 투자 계획 이행을 다시 한 번 약속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사회안전망을 약화시켰다는 지적을 받아온 비정규직 문제에서도 정규직 전환을 예정대로 추진해 정부 방침에 보조를 맞출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2월 사내하도급 근로자 600명의 정규직 선발을 발표하는 등 정규직 전환 계획을 추진 중이다. SK그룹은 4월 계약직 5800명의 정규직 전환을, GS그룹은 2500명의 정규직 전환을 발표한 바 있다.

박 대통령 취임 후 6개월 동안 재계와 정부의 관계는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내리락했다. 초반에는 경제민주화 법안과 관련 정책이 쏟아져 나오며 기업들을 압박했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규제 완화에 무게가 실리면서 친()기업 발언이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2월 25일 취임사에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좌절하게 하는 각종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고 잘못된 관행을 고치겠다고 밝혔다. 이는 경제민주화를 주요 국정운영 방향 중 하나로 제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대기업 총수들이 대거 동행한 대통령 미국 방문(5월)과 사상 최대의 경제사절단이 함께한 중국 방문(6월) 등을 거치면서 정부와 재계의 관계도 조금씩 호전됐다.

본격적으로 훈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박 대통령이 7월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투자를 하는 분들은 업고 다녀야 한다고 말한 후부터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직접 기업인을 업는 퍼포먼스를 통해 의지를 보였다.

역대 정부에서는 대부분 정권 초반 재벌 길들이기 논란과 함께 대기업과 줄다리기를 벌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 투자와 고용을 약속받고 관계를 개선하는 경우가 많았다.

노무현 정부는 초기 출자총액제한제도 강화와 주요 그룹 부당 내부거래 조사 등 강도 높은 개혁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취임 첫해 카드 대란이 발생하는 등 경제 환경이 악화되자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5월 총수들과 만나 과감하게 규제를 완화하겠다며 재계 달래기에 나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임기 첫해에는 이례적으로 정권 초반 재벌 길들이기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완화하고 법인세를 내려 재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는 바람에 기대한 만큼 경제적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장원재김용석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