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뇌물 불토탈사 미, 4492억원 벌금부과

이란에서 석유와 가스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관리들에게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난 프랑스의 최대 석유회사 토탈(Total)이 29일 미국에 3억9820만 달러(약 4492억 원)의 벌금을 지불하기로 미 법무부 등과 합의했다.

미 법무부는 미국의 이해가 걸려 있는 해외에서 뇌물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해외부패방지법(FCPA)을 위반한 혐의로 토탈에 2억452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또 미 증권거래위원회도 뉴욕 증시 상장기업인 토탈이 법을 어겨가며 이란과의 거래로 벌어들인 이익에 대해 1억5300만 달러의 벌금을 매겼다.

AFP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토탈이 이란의 유전과 가스전 개발권을 확보하기 위해 19952004년 사업 결정권을 가진 이란 정부 책임자들과 연결된 중개인들에게 약 6000만 달러의 뇌물을 줬다고 밝혔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면 토탈은 컨설팅 계약서를 허위로 꾸민 뒤 한 이란 관리와 연결된 브로커에게 1600만 달러를 줬다. 또 19972004년 세계 최대 규모인 이란의 사우스 파르 가스전의 일부 개발권을 따내기 위해 12차례에 걸쳐 4400만 달러의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 법무부는 토탈이 이 돈을 사업개발비용이라고 주장했지만 사실은 이란 관리를 매수하기 위한 뇌물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파트릭 드 라 셰바르디에 토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벌금 지불에 합의함으로써 조사를 끝낼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각국의 법을 충실히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토탈은 미국에선 소송을 피하기 위해 거액의 벌금을 내고 합의로 끝내긴 했지만 자국인 프랑스에선 재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프랑스 검찰은 29일 토탈과 크리스토프 드 마르주리 토탈 회장을 부패 등의 혐의로 기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드 마르주리 회장이 19992000년 사이 이란 사업권 확보 과정에서 외국의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와 회사의 공공 자금을 유용한 혐의를 함께 받고 있다고 말했다.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