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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페이스오프와 두 개의 얼굴

Posted February. 23, 2013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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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개봉된 영화 페이스오프(Face Off)에는 안면 이식수술이 등장한다. 경찰(존 트래볼타)이 의식을 잃은 범죄자(니컬러스 케이지)의 얼굴을 이식받고 범죄조직에 잠입한다. 페이스오프는 아이스하키에서 퍽을 가운데 놓고 경기를 시작한다거나 대결을 준비하다는 뜻으로 쓰였다. 이 영화가 흥행한 이후에는 안면 이식수술을 통한 얼굴 교환을 상징하는 말로 자주 쓰인다.

영화적 상상력이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성형외과 의사들의 대답은 노(No)다. 영화처럼 얼굴 조직 전체를 떼어내 옮기면 민감한 얼굴 세포가 거부반응을 일으켜 피부가 괴사할 수 있다. 얼굴 골격이나 흉터를 고치는 것도 쉬운 수술은 아니다. 2005년 프랑스의 한 병원이 개에 물려 코와 입이 뜯겨나간 여성에게 뇌사자의 얼굴 조직을 이식하는 수술을 한 적이 있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 강남 성형외과들이 광고하는 페이스오프 성형도 결국 눈, 코, 얼굴형을 조금씩 뜯어 고쳐 전체 인상을 바꾸는 종합 성형수술을 과대 포장한 것이다.

사람들이 다른 이의 얼굴을 인식하는 능력은 침팬지보다 떨어진다. 눈 코 입의 거리와 비율, 머리카락이나 콧수염 등으로 이미지와 표정 정보를 조합해 얼굴을 알아본다. 하루 전 술자리에서 만난 사람을 다른 분위기 속에서 만나면 못 알아볼 확률이 높다. 분장을 한 TV 출연자의 민얼굴을 밖에서 보면 동일인인 줄 모를 정도다. 목격자가 범죄자를 잘못 짚는 실수는 흔한 일이다. 영화 속에서는 경찰이 페이스오프 성형으로 언더커버(위장 근무) 수사를 했지만 현실에서는 뒤가 구린 도망자들이 성형수술을 악용한다.

20일 경찰에 체포된 47억 원 횡령 용의자인 윤모 씨(34)는 수배 전단과 얼굴이 너무 달라 경찰이 깜짝 놀랐다. 코를 높이고 눈을 키우는 성형수술을 받아 지인이 아니면 몰라볼 정도였다. 경찰이 성형외과에 수배 전단을 붙이는 방안을 검토할 정도다. 얼굴 외에 홍채 귀 등의 신체 정보나 손가락 움직임, 걷는 모습과 같은 행동 정보를 활용하는 보안기술 개발도 활기를 띠고 있다. 국적 쇼핑, 억대 전관예우, 표절 논문 등 사회지도층의 안면 몰수가 횡행하고 있다. 얼굴을 바꾸는 범죄자들과 달리 최근 물의를 빚고 있는 사회지도층은 아예 두 개의 얼굴을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