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무서워 못 걷겠다 올레길 한낮에도 인적 뚝 (일)

무서워 못 걷겠다 올레길 한낮에도 인적 뚝 (일)

Posted July. 26, 2012 07:43,   

日本語

경남 통영에서 한아름 양(10)을 성폭행하려고 끌고 가 살해한 김점덕(45)이 경찰에 붙잡히고 제주 올레길 탐방에 나섰던 강모 씨(40여)를 죽인 뒤 시신까지 훼손한 강모 씨(46)가 긴급체포 되면서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곳곳에 깔리고 있다.

제주 올레길 여행을 취소하려는 이들이 늘었고, 밤늦은 시간 홀로 운동을 하는 여성들은 도심 공원에서 모습을 감췄다. 호신용품 업체에는 구입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하지만 곳곳에 불안이 엄습하면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치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여행 취소 문의 잇따르고 공원 텅 비어

직격탄을 맞은 곳은 여행업계다. 제주 올레길 여행을 계획했던 이들은 일정을 미루거나 아예 취소하고 있다. 25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게시판에는 올레길 여행을 취소하겠다는 글이 쏟아졌다.

올레길 여행을 준비했던 주민정 씨(23여)는 트위터에 제주 올레길에 혼자 갈 생각이었는데 안 되겠다. 부모님과 (휴가를) 보내고 와야겠다는 글을 남겼다. 여행을 예약했던 김모 씨(23)도 제주 올레길 코스를 중심으로 스케줄을 짰는데 무서워 갈 수가 없다며 예약한 숙박비를 환불받겠다고 했다.

여행 취소 의사를 밝히는 이들이 늘면서 제주도의 숙박시설 운영자들은 울상이다. 제주시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박모 씨(41)는 이맘때에는 9월까지 예약이 꽉 찰 정도로 문의가 많은데 최근 예약이 확 줄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도심 공원도 한산했다. 24일 오후 10시경 찾은 서울 종로구 낙산공원에는 혼자 나와 산책을 하는 여성이 단 한 명에 불과했다. 평소 이곳은 혼자 운동을 하는 여성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보라매공원에서도 나 홀로 운동을 즐기는 여성이 자취를 감췄다. 대학생 최지현 씨(20여)는 얼마 전 한 남성이 몸을 만지고 달아난 적이 있어 밤길 나서기가 불안했는데 요새는 더욱 무섭다며 했다.

반면 호신용품 업체들은 구입 문의가 두 배 이상 늘어나는 등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 치를 수도

연이은 강력사건으로 2000년대 후반부터 아웃도어 열풍을 타고 불었던 올레길 둘레길 등 각종 여행지의 관광 산업과 아웃도어 용품 산업 등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들은 등산과 트레킹 등 아웃도어 활동이 20대 여성층과 40대 이상 장년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누렸다. 업계에 따르면 아웃도어 관련 산업규모는 매출액 기준으로 올해 약 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연이은 강력사건이 여성들을 아웃도어 활동에 소극적으로 만들어 이들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동안 아름다움 여행하기 좋은 곳으로만 치장됐던 것들 사이에 범죄로부터 안전성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이미지도 스며들게 돼서다.

정태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 혼자 여행을 다니는 건 해외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이라며 오랜 공동체 문화와 비교적 좋은 치안 상태가 여성 혼자 등산을 하거나 올레길을 걷는 데 거부감을 없애줬는데, (이번 사건이 경고가 돼) 위험하다는 인식을 갖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여행사 관계자들은 아직까지는 여행을 급히 취소하는 일이 많지 않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짙게 깔린 불안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잇따른 강력범죄로 불필요한 호신용품 구입이 늘고, 관광업에 손실이 나는 등 눈에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적 불신 풍조로 인해 가고 싶은 곳도 마음 놓고 못 가는 등 개인 삶의 질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박승헌 김진우 hparks@donga.com u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