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당리당략 싸움 지새는 정치권, 국민 심판 기다린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개원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러 국회가 조만간 문을 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는 대체로 야당이 요구한 대로 정리됐고, 내곡동 사저 문제와 민간인 사찰 문제는 국정조사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마지막 남은 걸림돌은 MBC 파업 청문회다. 민주당은 청문회 실시를 사전 조건으로 내세우는 반면 새누리당은 일단 개원부터 한 뒤 논의하자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대다수 국민은 MBC 파업이 무엇 때문에 일어났고 어떻게 진행되는지 별 관심도 없다. 그러나 국회가 28일까지 개원하지 못하면 대법관 4명의 자리가 비게 되고 국민은 재판을 받을 기본권을 침해받게 된다. 헌법재판관 자리 하나는 1년 가까이 비어있어 헌법재판소는 찬반 의견이 엇비슷하게 갈리는 결정은 보류하고 있다.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도 산더미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MBC 파업 청문회를 국회 개원의 조건으로 고집하고 있다

국회가 조만간 문을 열더라도 19대 국회 임기 개시로부터는 거의 한 달, 법정 개원일로부터는 3주가 지난 늑장 개원이다. 개원을 한다고 마냥 반길 일만은 아니다. 원 구성 협상을 시작한 13대 국회 이후 이런 늑장 개원은 고질병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사한 예를 찾아볼 수 없는 악습이요, 구태다. 국회가 개원한다면 다시는 이런 악습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막을 확실한 방안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다.

대한변협은 국회 개원 지연과 관련해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세비()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또 국회 개원을 강제하는 헌법소송을 내거나 일정 시점까지 국회를 구성하지 못할 경우 의원직을 상실케 하는 내용의 입법 청원을 낼 방침이라고 한다. 새누리당은 개원 지연의 책임을 지고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따른다는 취지에서 소속 국회의원 147명의 6월 세비를 반납했다. 민주당도 세비 반납에 동참하면서 국민 앞에 사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마땅하다.

올해는 대통령선거가 있어 국회가 개원하더라도 순조롭게 굴러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국회가 대선전()의 전초기지로 전락할 위험마저 있다. 특히 야당이 정권 심판을 구실로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남발한다면 국회 고유의 역할은 사라지고 만다.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이지, 여야의 대표기관이 아니다. 만약 국회가 여야의 당리당략() 싸움으로 날을 지새운다면 국민이 대선에서 매서운 심판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