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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없는 부산에 살고파 해운대 저팬 타운 뜬다

지진 없는 부산에 살고파 해운대 저팬 타운 뜬다

Posted March. 29, 2012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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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대지진과 원전 사태 이후 불안을 느낀 일본인들의 해외 장기 체류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자국민의 해외 체류를 지원하는 일본 공익재단의 한국 지부가 부산 해운대구에 처음 설립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지진 이후 산발적으로 진행되던 일본인들의 부산 이주 움직임이 정부 인가를 받은 공익재단의 체계적인 이주 지원을 받게 되면서 해운대에 저팬 타운이 조성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부산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8일 한국관광공사 등에 따르면 일본 해외체류자 지원기관인 롱스테이(Long Stay) 재단이 이달 19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센텀호텔에 한국 지부 개소식을 열고, 5월부터 부산 장기 거주를 희망하는 일본인을 대상으로 상담업무를 시작한다. 롱스테이재단은 해외 각지에 장기 체류하는 일본인들의 현지 적응을 돕기 위해 1992년 설립된 공익법인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 태국 방콕 등 세계 14개국 31개 도시에 지부를 두고 있으며 유료 회원만 2만여 명에 이른다. 이 재단이 서울이 아닌 부산에 한국 내 첫 지부를 설립한 것은 지난해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해외 장기 체류를 희망하는 자국민이 늘고 있고, 특히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기후가 비슷한 부산이 이들의 새로운 주거지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지진 이후 해운대 찾는 일본인들

22일 두산위브더제니스, 현대아이파크, 더샵아델리스 등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와 오피스텔이 밀집해 일본인의 선호도가 높은 해운대구 우동 마린시티. 장기 체류나 이주 등의 목적으로 이 일대 부동산을 탐문하는 일본인이 크게 늘면서 외국어 상담이 가능하다는 (일본어) 알림판을 붙인 부동산중개업소가 여러 곳 등장했다. 해운대구 대우트럼프월드 마린상가의 J공인중개소는 최근 나고야에 사는 60대 일본인이 세컨드하우스를 알아보기 위해 다녀갔다고 귀띔했다. 이 일본인은 지진이 또 있을 거라고 하는 등 일본이 계속 시끄러워서 가족들과 부산으로 올 계획이라고 한 뒤 매매가 15억 원 상당의 해운대아이파크 50평형대를 둘러봤다.

우동 일대 공인중개사들은 1억 엔(약 13억7000만 원) 정도면 해운대 최상급 주택을 살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가격 상관없이 조망권이 좋은 주상복합을 보여 달라고 한다며 휴가철 별장으로 이용하거나 임대수익이 목적인 경우도 있고, 일본이 불안한 만큼 아예 가족과 이주하려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해운대 아이파크 분양사무실의 조연암 팀장은 지난해 3월 이후 일본인들의 매수 문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지금까지 계약 건수는 총 10건 정도라고 했다.

주로 바다 조망이 가능한 마린시티가 인기지만 백화점, 쇼핑몰 등이 몰려 생활하기 편리한 센텀시티 쪽을 찾는 이도 적지 않다고 했다. 센텀코아 빌딩의 드림공인중개사 남기병 대표는 직접 발품을 팔아가며 부동산을 확인하려는 일본인이 많다고 귀띔했다.

해운대 마린시티, 리틀 도쿄 될까

대지진 이후 대체 주거지를 찾는 일본인들이 부산 해운대로 몰리는 것은 비슷한 기후환경과 지리적 접근성,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 때문이다. 박철범 한국관광공사 차장은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를 선호하던 일본인들이 기후 차이 등 불편함을 호소하면서 친근한 자연환경과 편리한 거주 조건을 동시에 갖춘 부산 해운대 쪽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산 소재 부동산을 매입하는 일본인이 늘고 있다. 부산시청에 따르면 일본인의 부산 내 부동산 신규 취득 건수는 지난해 1분기 3건에 불과했지만 이후 대지진 여파로 연말까지 22건으로 급증했다. 2005년 103명이던 해운대 거주 일본인은 올 2월 현재 207명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교육, 의료 등 생활여건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한국 내 부동산 매입을 망설이는 일본인이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측도 원전사태 이후 부산에 대한 일본인의 관심이 급속히 높아진 데 반해 장기 체류지로서 교육, 의료, 부동산, 문화 등 제반 정보 제공이 미흡했다며 롱스테이 재단의 부산지부 설치 결정도 부산에 대한 자국민의 문의가 급증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관광공사와 부산시 관계자들은 롱스테이 재단의 부산 입성을 계기로 해운대에 저팬 타운이 형성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의 분양대행사인 더감 이기성 대표는 지금까지는 실거래 활성화에 한계가 있었지만 이제 이들을 지원하는 공식 통로가 열린 만큼 부산에 자리를 잡는 일본인도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희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