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 2PM 빅뱅 카라. 이들에게도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연습생 시절이 있었다. 세계무대를 누비는 아이돌 가수들이 눈물로 기억하는 연습생 체험을 위해 동아일보 인턴기자 2명이 나섰다. 김태원 씨(23)는 대학 록밴드에서 기타리스트로, 주효선 씨(20)는 밴드의 보컬로 활동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기획사 연습실에서 11시간의 연습생 수업을 받고 돌아온 두 사람은 허리를 펴지 못했다. 근육 세포 하나하나가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아요.
휴대전화 폴더 인사에 킬힐 신고 춤 연습
허름한 연습실로 들어서자 청소를 하던 연습생 6명이 절도 있고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검정 민소매 셔츠와 짧은 반바지를 똑같이 맞춰 입은 이들은 이마가 무릎에 닿을 정도로 머리를 숙였다. 말로만 듣던 휴대전화 폴더 인사였다.
낮 12시부터 요가와 비슷한 동작을 하면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오후 1시 안무를 맡은 강사가 도착해 본격적인 춤 연습이 시작될 즈음, 처음 참여한 둘의 다리는 벌써 풀려 있었다. 강사의 지도에 따라 스트레칭을 하는데 근육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 엎드려뻗치기는 머리와 발목이 직각을 이룬 상태에서 2분을 버텨야 했고, 윗몸일으키기는 1초에 한 개씩 16개를 9회 반복해야 했다. 엎드려뻗치기는 20초를 버티지 못했고, 윗몸일으키기는 연습생들이 3, 4번 할 동안 한 번 해냈다.
계속해서 춤 연습이 이어졌다. 눈으로 따라가기도 벅찬 강사의 어려운 몸동작을 연습생들은 일사불란하게 잘도 따라했다. 강사가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면 연습생들은 군말 없이 네! 하고만 대답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노래에 맞춰 본격적인 안무 연습을 할 땐 하이힐을 신어야 했다. 강사는 내가 제일 섹시하다고 생각하라라고 주문했지만 10cm 높이의 킬힐을 신으니 넘어지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밖에 없었다. 모든 동작을 가뿐하게 해내는 연습생들을 보면서 낙담했다. 아, 난 저질 체력인가.
다이어트에 지쳐 쉬는 시간엔 먹는 얘기만
이날 만난 연습생들은 나이가 1823세에 연습생 경력은 35년이었다. 막내는 고교생이었는데 학기 중에도 오전에만 학교에 가고 오후엔 연습실에서 훈련을 했다.
연습생들은 일요일을 제외한 매일 낮 12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연습실에서 춤과 노래와 일본어를 배운다. 쉬는 시간은 저녁시간 1시간과 짬짬이 쉬는 1, 2분이 전부다. 일요일엔 죽은 듯 잠만 잔다고 했다. 친구를 만날 시간도, 가족과 이야기를 나눌 시간도 없다.
하지만 가장 힘든 게 뭐냐고 묻자 6명이 똑같이 다이어트라고 대답했다. 연습실에는 저녁 도시락 외에는 음식물을 가지고 들어올 수 없다. 도시락을 열어보니 데친 닭 가슴살에 방울토마토 서너 알, 우유 200mL 한 병이 전부였다. 이 외에 다른 음식을 먹다 들키면 불호령이 떨어진다고.
월말평가를 좋아하는 이상한 학생들
춤 연습이 끝나고 보컬 레슨이 이어졌다. 연습곡은 버블시스터즈의 악몽. 연습생들은 손가락으로 허공을 짚어가며 자기가 맡은 음을 냈다. 보컬 트레이닝을 마치고 한 사람씩 녹음실에 들어가 반주에 맞춰 노래했다. 밴드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노래는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헤드셋에서 흘러나오는 반주는 낯설었고, 동료들 없이 나 혼자 박자를 맞추려니 쉽지가 않았다. 녹음된 내 노래를 듣고 깨달았다. 난 생각보다 노래를 굉장히 못 부른다. 강사가 음정만 흔들리지 않게 불러보라고 해서 다시 녹음했다. 박자를 놓친 부분은 컴퓨터로 감쪽같이 조정이 가능했다.
연습생들이 기다리는 날이 월말 평가일이다. 기획사 대표와 직원들 앞에서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보여주는 날인데 이를 통해 데뷔 일정을 잡거나 어울리지 않는 연습생을 제외시키기도 한다. 월말평가를 통해 발전할 수 있고, 또 데뷔 가능성을 가늠할 수도 있죠.
강은지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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