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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대화 일회성 안될 지렛대 있다 (일)

Posted July. 25, 2011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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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는 23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열린 한미,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을 계기로 미국과 일본에 북-미, 북일 대화를 시작해도 좋다는 뜻을 전달했다. 22일 남북 비핵화 회담의 성사로 남북 대화북-미 대화6자회담의 비핵화 3단계 수순의 1단계가 일단 충족됐다고 자평하며 2단계 진입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남북 비핵화 회담의 내용보다 성사 자체만 부각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이번 회담이 생산적이고 유익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지만 비핵화 이슈에 대한 남북의 견해는 평행선을 달렸다.

그동안 정부는 비핵화 수순의 첫 단계인 남북 대화가 단순한 통과의례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해왔다. 반면에 북한은 북-미 대화로 가기 위한 관문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 당국자도 북한이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미국 방문을 생각하고 남북 대화에 임했을 것이라며 북한은 한국을 거쳐야 북-미 대화로 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김 부상의 방문을 성사시키려면 한국과 대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미국이 남북 회담 전부터 김 부상의 방미 문제를 협의해 왔다는 사실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급물살을 타는 북-미 대화에 비해 후속 남북 비핵화 회담이 언제 다시 열릴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4일 남북이 다시 만나는 것보다는 북-미 대화가 먼저 될 것이다. 미국이 그동안 한국을 오래 기다려줬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이 만나는 형식은) 남-북-미(3자)나 남-북-미-중(4자)도 생각할 수 있다. 일단 북-미 대화를 봐야 명확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반면에 정부의 다른 고위 당국자는 남-북-미의 3자 회의 형식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정부 내에서도 후속 회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정부는 남북 대화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방안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 당국자는 북한이 남한으로부터 얻을 게 많이 있기 때문에 북-미 대화가 시작된다고 해서 남한을 내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천안함 폭침사건에 따른 524조치 이후 중단된 정부 차원의 대북 식량지원이나 인도적 지원이 향후 남북 대화에 북한을 끌어내기 위한 지렛대로 사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남측은 발리에서의 남북 비핵화 회담과 외교장관 회동에서 청와대의 이런 메시지를 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남북 비핵화 회담으로 남북 정상회담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당혹스러워했다. 고위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 개최 여건은 비핵화 진전보다는 천안함, 연평도 사건이 결정적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북한이 두 사건에 대해 유감에 준하는 말을 하는 정도로는 정상회담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경원, 원희룡 최고위원을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 12명은 24일 남북 당국자들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노력에 합의한 데 대해 전적으로 환영한다. 하지만 북한이 일언반구 유감 표명이나 재발방지에 대한 확약 없이 6자회담을 언급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한편 23일 폐막한 ARF 의장성명에는 ARF 참가국 장관들이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이 지역의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뿐 아니라 국제 비확산 유지에도 필수임을 재확인했다는 문구가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비핵화 원칙(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을 거의 그대로 원용한 문구가 북한이 참가한 회의의 의장성명에 포함된 것이다. 북한은 이 원칙에 강력히 반발해왔다.



윤완준 김승련 zeitung@donga.com srkim@donga.com